[6/18] 달의 비명 _SJ
세션카드 _ 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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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 & 펠리시아 | TJ |
※ 이하 로그에는 시나리오의 진상 및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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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0
Call of cthulhu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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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아침입니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제일 먼저 당신을 반겨줍니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이곳은 산속의 외진 커다란 천막, 즉 당신이 사는 곳입니다.
당신은 힘들게 몸을 가누며 삐걱이는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높은 사람의 명령은 거역할 수 없으니 거의 마지못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을 시킬지 두렵군요.
똑똑, 적막을 깨뜨리는 벽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헨리가 신문이 도착했다고 말합니다.
다행히 윗사람이 보낸 소식이 아니네요.
헨리는 읽어두는 게 좋겠다며 신문을 문 앞에 두고 사라집니다.
펠리시아:(헨리에게서 신문을 받아들고 방긋 웃는다.) 고마워 헨리~! 오늘도 고생이 많네! (읽어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응! 읽어둘게, 읽어둘게! 조심히 가~! 오늘도 힘내!! (멀어지는 헨리를 향해 팔을 크게 흔들어 인사하곤 문을 닫고 신문을 펼쳐본다.)
오늘 자 신문입니다. 신문의 1면에는 제일 크게 사건에 대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
늑대 인간 사건.
대도시에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라 들었습니다.
범인의 모습이 흡사 늑대와도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해서 이리 붙였던가요.
펠리시아:
요즘 세상에 늑대 인간이라니, 허황된 기사 제목에 맥이 빠집니다.
그래도 범인을 잡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펠리시아:늑대인간...! (눈을 크게 뜨고 내용을 읽어간다.) 헤에...~ 동화책에서 나오는 그런 늑대인간씨가 아니구나... ... ...그동안 사람들이 무서워했는데, 조금은 다행인걸까? (...) 더이상 아무도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눈을 감고 그동안 죽은 피해자들과 늑대인간(?)에게도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곳에선 행복하고 착하게 살길...
곧 다시 천막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갑자기 느낌이 영 좋지 않습니다. 찝찝하다고 해야 할지, 불안하다고 해야 할지.
천막을 걷어올린 헨리는 덤덤하게 손님이 왔다고 말합니다.
당신에게 찾아올 사람은 두 부류밖에 없죠.
춤을 보기위해서 온 사람이거나, 성가신 일을 맡기기 위해 윗사람이 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귀족이라도, 찾아온다는 말도 없이 바로 오는 걸 보니 펠리시아를 배려할 마음은 없나봅니다.
헨리는 손님을 손님용 천막에 모셔두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펠리시아:(깜짝 놀라며) 어!? 그래 손님?? 응! 빨리 갈게~!! (후다닥 준비하고 후다닥 손님용 천막으로 향한다.)
어쩔 수 없이 천막으로 가면, 윌리엄 백작이 소파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백작은 당신을 보자 무척 반가운 듯 인사를 합니다.
윌리엄 백작:오, 실비아.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당황했나? 하지만 이번에 급한 사항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다네.
능청스럽게 말하며, 퍽 즐거운 듯이 웃습니다.
급한 사항이라니. 대체 언제는 급하지 않은 사항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무슨 일로 찾아온 걸까요.
펠리시아:(아는 얼굴이다! 같이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백작님~! 오랜만이에요! (방긋!) 괜찮아요 괜찮아요~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고개를 기울이며) 급한 사항이요~?? 무슨 일인가요?
윌리엄 백작:실비아를 위해 특별한 일거리를 가져왔지. (자랑하듯 살집이 두툼한 어깨를 으쓱인다.) 이 일만 해결된다면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큰돈을 마련해주지! 다름이 아니라 사실 이번 늑대 인간 사건의 범인을 우리가 잡아두었다네. 다들 그 미치광이 괴물의 힘을 탐내서 말이야. (끌끌...)
펠리시아:와아-! 절 위해서요!? 어떤 건데요~?? (눈을 반짝인다.) (호곡!) 오늘 아침 신문에 나왔던 그 늑대인간씨요?? (깜빡깜빡-) 어라? (갸웃-) 그런데 늑대인간씨, 분명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으응-??
윌리엄 백작:공식적으론 그렇지. (자세한 내막은 알 필요없다며 오만하게 말 길이를 잡아끌었다.) 그냥 두면 시끄러울 것 아닌가? 하지만 역시 처분하긴 참으로 아까워. 그 힘을 이용하면 우린 강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돼! (테이블을 타악! 두드리고,) 그러니 연구를 위해 그것을 생포했지.
아아, 안 좋은 예감이 온몸을 감쌉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길한 예상은 늘 틀리지 않습니다.
곧 백작의 입에서 그리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나옵니다.
윌리엄 백작:이 천막 주변은 인적이 드물지 않나? 지형도 완벽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르지. 존귀한 사람들도 없고 말이야. (눈을 좌우로 흘긴다.) 곧 내 사람들이 이곳에 그것을 데리고 올 것이라네. 유능한 여인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펠리시아:(백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존귀한 사람들이 없다는 말에 눈썹을 꿈틀, 한다. 당장이라도 무슨 말이에요!! 여기는 다 소중한 사람들 밖에 없다고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귀족들한테는 언성을 높이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언니들한테 들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니 소중한 언니들을 위해서라도 참았다. 부풀어진 볼은 숨길 수 없었으나.)
...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말굽소리가 들립니다.
천막 틈으로 슬쩍 바라보면 무언가를 실은 마차가 보입니다.
백작은 아무래도 도착한 모양이라며 나가서 직접 보라고 말합니다.
천막촌의 입구로 나가면, 백작의 호위 기사가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봅니다.
꽤나 펠리시아를 동정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 호위 기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마차에 실린 그것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철창의 문이 열리고, 그다음 쇠사슬의 끌린 소리가 나며, 곧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입에는 물리지 않게 입마개가 채워져 있으며,
날카로운 손발톱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족쇄로 단단히 채워져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닮은 외형인지라, 전혀 늑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펠리시아:
윌리엄 백작:늑대 인간 사건의 범인이니 그렇지. 더러운 죄인이야. 묶어두지 않으면 실비아를 찢어죽이고도 남을 괴물이니 조심해야 되지 않겠나?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긴장한 듯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하지만 안심해. 아주 단단하게 묶어뒀으니 말일세. 이것이 네 일이야.
펠리시아:(눈을 크게 뜨며 끔뻑거린다.) 넷, 네에...!? 저 분이 그 늑대인간씨라고요?? 늑대랑 안 닮았는데...!(중얼) (찢어 죽인다는 말에 눈을 또 크게 뜬다.) 찌, 찢...? (히끅-) (네 일이야. 그 말이 귓가에 박힌다. ...동공지진, 동공지진) 그, 그렇다면 저한테 부탁하신다는게...? 에에-?? 제, 제가 늑대인간씨를 돌봐야한다는 건가요?? (다시 그를 흘긋 바라보고 다시 백작을 향해 바라본다.)
윌리엄 백작:우리의 큰 일을 준비할 때까지만 구석에 박아두면 그만이야. 죄인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생각도 아니지 않나? (힘내라며 어깨를 툭 건드린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 놓겠네. 그때까지 수고하게나. 이번에도 무사히 일을 마치길 바라지.
백작은 그리 말하며, 느긋하게 마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호위 기사들은 이것을 천막 안의 동물 우리까지 두고 가겠다며, 여인들의 천막에 발을 들이는 것에 허락을 구합니다.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벌써 앞날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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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의 동물 우리 안에는 원숭이부터 시작하여 개, 뱀 등의 동물이 갇혀있습니다.
펠리시아는 사용하지 않지만, 몇몇 무희들이 춤에 즐거움을 더하기 위함이라며 사용하는 동물들이죠.
기사들은 중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동떨어진 빈 우리에 그것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단단히 족쇄로 구속합니다.
기사들은 당신에게 족쇄가 단단하니 안전할 거라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조심하라 주의를 주며, 족쇄의 열쇠를 건넵니다.
펠리시아:(기사에게 열쇠를 받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 감사합니다아...~ (힐끔힐끔 늑대인간씨를 바라본다.)
열쇠를 건넨 기사는 자기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곧바로 돌아갑니다.
펠리시아:
기사들이 나가기 직전, 서로서로 무언가 속삭이지만...
워낙 작게 중얼거리는지라,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우리 안은 급히 적막해집니다.
이곳의 동물도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으니까요.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아까부터 불안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펠리시아도 이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어집니다.
이제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것을 착잡한 마음과 함께 바라보면, ...이내 늑대 인간이 당신을 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세브:안녕. (묵직하게 흘러나온 저음이 언뜻 거친 사포를 긁는 소리와 닮았다.) 당신의 이름이 뭔가요? (고개 모로 기울이고 한참을 바라본다.) ...이름 말이에요. 호명할 때에 쓰는 것. 뭔지 알죠?
펠리시아:힛끅-! (먼저 말을 걸어줄지는 몰라서 놀라버렸다! 일단 인사는 받았으면 이쪽에서 하는게 예의라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엇- 어어...- 안녕...~? (손도 살짝 흔들었다.) 아, 응! 알아요! (긴장감에 활짝 웃지는 못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전 펠리시아라고 해요...! (호기심에 그의 이름도 물었다.) 늑대인간씨는요? 이름이 뭐예요...~?
세브:...세브. 당신이 이 이름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군요. (단단한 구속구에도 불편한 기색 없이 쇠창살에 끌리는 사슬 소리를 백색소음처럼 들었다. S-E, 그리고 B라며 한 글자씩 정확하게 알려준다.) 펠리시아군요. 좋은 이름이네요. ...겁을 먹었나요? 이쪽 사람은 죽인 적도 없는데 왜 그러실까. (느른하게 웃는다.)
펠리시아:...응. 기억할게요, 세브. (S, E, B 한 글자 한 글자알려주는 세브를 따라 읊었다.) 그, 그렇지만...~ (흘긋 세브를 올려다본다.) ... 많은 사람들이, ... 늑대인간, ...그러니까 세브씨에게 죽었다고 들었어요. (조금 울망해진 눈동자로 세브를 바라보고 있다.) ...정말 세브씨가 그랬어요?
세브:많은 사람들? ...누구요? 죽은 사람 중에 친척이라도 있었나요? 그럴 리가요. 이 마을 사람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시종일관 여유롭게 웃는 태도, 마치 주인처럼 행동하는 꼴이 꽤나 괴상했다.) 아하. (...) 모르는 사람의 죽음에도 슬퍼하는 감수성을 가지셨군요. 그러면 제 아픔에도 공감해주면 좋겠네요. 펠리시아.
펠리시아:(...확실하게 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확실한 대답이 되었을지도... 이 마을 사람은 죽이지 않았다는 건, 다른 마을의 사람들은 죽였다는 것일까...? 그런 암울한 생각이 들자 풀이 죽어 시선이 땅을 향했다.)
세브:(생각이 뻔히 보이는 순진한 태도를 보고도 상냥하게 굴어주지 못했다. 아프다고, 속상하다고. 절망이 담긴 눈동자로 바닥을 바라보다가 큰 마음을 썼다는 듯 손을 거두고 너를 응시했다.) 죄인이라서죠? 이해할게요. ...당신들 눈에는 똑같은 괴물로 보일 거지 않나요. 죄를 저질렀으니 합당한 벌을 받아야하는 거겠죠. (웃으며 고개를 젓자, 입마개가 덜그럭 움직였다.) 아니요, 가지마세요. ...지금 여기에 혼자 두고 가면 위험할 거예요. 제 마음이 언제 변할지 모르니까요. 지금은 얌전하지만... (...)
그리하면 당신의 말은 뭐든지 들어준다면서.
날뛰지도, 저항하지도 않고 그저 얌전히 있겠다고.
궁금한 게 있다면 뭐든지 대답도 해준다고 하네요. 과연 믿어도 괜찮을지가 문제지만 말이죠.
펠리시아:(아프다고 속상하다고 말하는 세브의 말에 가슴이 쿡, 쿡 찔리는 듯 했다. 시선이 아래로 향한 세브를 보니 괜히 안절부절하게 되었다.) 그, 그게...! (시무룩) ...미안해요. 그...! 그래도 괴물처럼 보이는건 아니고...! 그, 그냥... 어어- 조, 조금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는 거니까요... (자신이 내뱉은 말이지만 이게 맞나 싶다.) 아, 아니... 말하고 싶은건 이런게 아니었는데...~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어...! 아! 응! 안갈게요...!
세브:당연하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늑대도 개잖아요. 개는 인간에게 쉽게 꼬리를 흔드는 동물이고요. 펠리시아의 개도 말 잘듣는 개가 될 거예요. (콧노래라도 흥얼거릴 기세로 유쾌하게 말을 뱉었다. 구속구에 걸려 너와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숨을 고른다.) 그렇다고 당장 주절거릴 생각은 없네요. 알아가기만 할까요. 그건 그렇고 제가 늑대 인간이라고 확신하나요?
펠리시아:개...! (개가 된다는 말에 살짝 놀란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빙긋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세브씨가 약속을 잘 지켜준다면 친구로서 지내고 싶어요...! 그저 개로써 끝나는 관계가 아니라요! 다람쥐씨나 토끼씨도 친해지면 친구가 될 수 있듯이요! (말하면서 맑게 웃었다. 약속한다는 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다.)
세브:죄인이랑요? (모처럼 재미있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가벼이 웃었다.) ...위험한 선택이네요. 저랑 친하게 지내면-.. 돼지같은 남자가 당신에게 호통을 칠 거 아니에요. (관상만 봐도 욕심이 그득한 사내였다. 그런 귀족에게 자비나 친밀을 바라면 안 된다. 너를 춤만 출 줄 아는 하층민으로 볼 것이 뻔했기에 세브는 고개를 저었다. 현실을 자각해야지.) 마음에 불편할 거예요. 친구는 사양하죠. 이름만 기억해주면 충분해요.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죠.
펠리시아:
…주변이 점점 서늘해지는 것 같습니다.
불안감이 온몸을 조여오는 덕에 이 장소가, 세브가 있는 곳이 유독 불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잠시 뒤, 그 불안하고도 서늘한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아하니, 무희 중 한 명이 편지가 왔다며 당신을 부르고 있네요.
일단 이곳에서 나오기로 할까요.
달리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것 같고…
세브:바쁘신 몸이군요. (시선 가늘게 흘리며 우리에 등을 기댄다.) 나는 당신이 올 때까지 여기에 가만히 있을게요. ...여기서 가만히.
펠리시아:(아까 가면 안된다고 했던 세브의 말이 떠올라 그의 눈치를 보다가 가만히 있겠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또 올게요...! 다시 올 땐 이것저것 들고 올테니까요~! (손목의 붕대, 이곳은 또 추웠으니까 담요도 가지고 와야겠다! 아, 잘 때 바닥이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어떤 영애가 선물로 준 인형도 가지고 와야...! 가져와야 할 물건을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세브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다녀올게요~!
우리 천막에서 나오면 동료 무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별일은 없었는지, 위험하지 않았는지.
한껏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당신에게 편지를 전달합니다.
백작이 가고 나서 바로 편지가 왔다는 모양입니다.
펠리시아:응! 괜찮아~! 생각보다 말도 잘 들어줬고 위협하거나 무섭게 하지도 않았어!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한대~! (방긋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편지를 받는다.) 고마워! 으음 근데 누구지? (백작님이 까먹고 전달 안한거라도 있나? 하고 생각하며 편지를 열어본다.)
끈으로 묶인 편지입니다. 꽤 정성 들여 포장되어 있습니다.
역시 윌리엄 백작에게서 온 편지네요.
...첫 줄을 읽자마자 당황스러워집니다.
심지어 처음엔 분명 관리라고만 했을 터인데… 이런 위험한 일까지 시키다니.
혹시 그동안 밉보일만한 행동을 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찝찝한 기분과 함께, 겹쳐있던 편지를 발견합니다.
뒤 내용인가 보네요. 짧게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
…시각을 확인하면, 아직 정오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맡아진 일이 성가시기만 합니다.
일만 그렇겠나요? 우리에 갇힌 늑대인간 또한 성가십니다.
저런 위험 요소를 가득 가지고 있는 살인범을 가까이에 두자니, 영 꺼림칙합니다.
펠리시아:
문득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건지 불안합니다.
천막촌과 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세브에 관한 정보를 모아야겠습니다.
살인범 관리에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
그리고 늑대인간에 관한 것…
오늘부터 바빠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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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에서 내려온 명령도 있고, 또 그 괴물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으니...
우리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펠리시아:아까 이것저것 들고간다고 했으니까 챙겨가야겠다! (붕대-깨끗한 천을 찢어서 만든-, 담요, 인형, 가만히 있으면 심심할테니 선물받은 소설책도 하나 챙겨간다.) 그리고 으음...- (혈액을 담을 용기... 최대한 많이라니, 어느 정도 인거야...! 피를 내기 위해 세브가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돌봐주는 거라고 했으면서...! 볼을 부풀린 채로 용기로 담을 만한게 있는지 찾아본다. ...두리번 거리다가 마침 빈 우유병이 보인다.) ...꼭 다 채울 필요는 없는 거니까! 피를 이렇게나 빼면 어지러울거고...! (그리고 다음은 피를 내기 위한 물건, 작은 칼이라면 있긴 하지만... 머뭇거리다가 일단 가지고 간다.)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중얼거리며 물건들을 챙기고 세브가 있는 천막 쪽으로 향한다.)
우리로 다가가면 여유롭게 앉아있는 세브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이 우리 문을 열고 들어와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반겨줍니다.
세브:이제 왔나요? 그건 너무 갑갑했어요. 그 사이에 풀어줄 마음은 생겼... (문득 양팔이 넘치도록 주렁주렁 들고온 물건에 시선이 닿는다. 담요, 인형, 책. 불쌍한 죄인을 위한 동정표 가운데 이질적인 병과 나이프에 눈을 고정했다. 의도를 살피지 않아도 다 보였다. 헛웃음을 뱉고.) 무엇을 하기 위해 가져온 건가요? 약속은 지켰는데...-, 마음이 변한 사람은 펠리시아인가. 죽이고 싶어졌나봐요.
펠리시아:저 왔어요~! 오래 기다렸죠?? (밝게 웃으며 인사하다가 세브를 상처 입혀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저, 그게...- (혈액을 체취해달라고 말을 어떻게 전하고 어떻게 부탁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죽이고 싶어졌냐는 말에 화들짝 놀란다.) 응...? (깜빡) 엥?? (깜빡깜빡) 주, 죽여요?? (깜빡깜빡깜빡) 으에??? (깜빡깜빡깜빡깜빡) ??? 누굴요????
세브:저를요. 우리 안에 칼을 가져왔잖아요. 보아하니...- 호신용으로도 못 쓰겠어요. 날을 잘 갈아야죠. 이 천막에는 재주꾼도 있지 않나요? 칼 가는 법을 알 테니 나중에 배워두면 좋겠네요. (바보 같이 깜빡거리는 눈을 바라보며 칼을 향해 느슨하게 턱짓했다. 돌부리에 걸린 사람만 봐도 울 것처럼 생겨서는 칼을 챙겨오긴 한 행동은 뜻밖이었다.) 죽이려는 게 아니려면 뭐죠? 아하, 협박용도?
펠리시아:아-! (그제야 자신의 손에 칼이 들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혀, 협박이라니! 그런거 아니에요~!! 세브씨가 약속도 해줬는데 협박같은거 할리가 없잖아요...! (물건들을 내려 놓고는 한숨을 쉬며 설명한다.) ...아까 다른 무희 언니가 불러서 나갔잖아요. 그때 백작님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았어요. (세브 눈치 힐끔) 그...게- 세브씨의 피를 가능한 많이 체취해달라고... ... ... 그래서 병이랑 (...) 가져왔어요. (한껏 풀이 죽어 시선을 바닥에 꽂은 채 말한다.) 나였어도 갇혀있는데 칼 들고 오면 무서웠을 것 같아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다시 세브를 바라보며) ...괜찮으면 피 좀 받아도 될까요? 시, 싫으면 어떻게든 둘러대볼게요...! 그- 어... 제가 너무 무서워서 가까이 못 다가갔다던가...~!
세브:(아, 하고 작게 탄성을 뱉다가 미소 짓는다. 힘을 원하는 족속들의 무례함이야 뻔하지 않은가. 꼭두각시에까지 화풀이할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으니 적당히 끄덕였다. 우리에 들어왔을 때부터 시무룩해진 얼굴은 마음에 안들었지만...) 가능한 많이.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뽑아가세요. 뭘, 걱정 안 해도 괜찮아요. 저는 튼튼하니까요. 눈치 보지 말고, 펠리시아에게는 거짓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 앞으로도 거짓말할 바에는 제게 부탁해야 옳죠, 알아들으셨죠? (구속된 양쪽 팔을 들어서 내민다. 바로 작은 나이프를 응시했다.) 잘라버려도 괜찮아요. 우유병에 담기기에는 많은 피가 나오겠지만... 확실하잖아요.
펠리시아:(아무렇지도 않은 듯 쉽게 승낙하는 세브를 보고 고맙기도 했지만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응, 고마워요. (잘라버리라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자, 자른다니!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절대 그렇게는 안할거에요...! 우선-! (물건들을 들고 세브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세브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세브의 양 손목에 붕대를 감는 일이었다.) 이거 먼저에요! 손목, 아프다고 했잖아요! 족쇄도 아프다고 하면서 어떻게 자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요...! 몸 좀 소중히 하세요!! (볼을 부풀리며 꾸짖듯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담요와 인형을 건네주었다.) 담요는 추울 것 같아서 가져왔고! 인형은 세브씨 잠 잘 때 머리 아플까봐 가져왔어요.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낫겠죠! (곧 빙긋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 그리고 이것도! (소설책 하나를 건넨다. 한 영애가 추천하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세브씨 글 읽을 줄 알아요? 심심할까봐 책도 가져왔어요! (머쓱한 듯 볼을 긁적이며) 영애들에게 추천받은 책은 전부 다 이런 소설이라서 (헤헤 웃었다.) 취향에 안맞으면 미안해요~
세브:죄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라는 명령도 받았나요? 괴물한테 정이 많네요. ...하하, 아니면 동물을 좋아하나 봐요. (우리 한 켠에 쌓이는 배려를 살핀다. 정말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인지, 알량한 위선을 채우려는 목적인지 알 수 없었다. 세브는 양 손목을 칭칭 두른 붕대를 바라보면서 “곧 풀릴 건데요.” 하고 혼잣말했다.) 인형보다 당신이 여기서 같이 잠들어주는 게 좋아요. 그래도 고마워요. 책도... (고급진 가죽이 덮인 소설의 제목을 읽어봤지만 흥미는 생기지 않았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구속구에 손이 막힌 죄인에게 책을 던져주는 건 무슨 심보인지... 다른 인간이었다면, 꼬인 마음에 탄복했겠지만 펠리시아는 경우가 달랐다. 정말 신경 써서 가져와 줬겠지. 최대한 관심 있는 척 입가에 힘을 줬다.) ...나중에 당신이 읽어주기를 바라요.
그는 이어서 정말 괜찮다며 어서 뽑으라는 듯이 내밀어 보입니다.
떨린 손을 가다듬고, 세브의 피부를 그어봅니다.
펠리시아:
분명 칼로 긋지 않았던 가요?
방금 낸 상처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브:...아하.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조금 더, 힘을 줘야 해요. (잠시 말이 없던 세브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펠리시아 쪽으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커다란 손이 나이프와 너의 손을 동시에 감싸쥐고 아래로 내려간다. 날이 둔한 칼에서는 비릿하게 철분향이 느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뭐라 하지 않고 더욱 내리 누른다.) 그러니까 대략... (헐렁하게 감긴 붕대가 아래로 떨어지고,) 손목이 잘리기 직전까지.
...살이 찢기고 나이프의 날카로운 면이 뼈가 긁히는 소리가 납니다.
섬뜩한 감각이 펠리시아의 손까지 전해져 그리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손목이 덜렁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절단하고 나서야 붉은 혈액이 바닥으로 쏟아집니다.
펠리시아:
세브:(피가 유리를 타고 강줄기처럼 떨어지는 걸 지켜보다, 입가에 호선을 그린다.) ...옳지, 그렇게 하는 거예요. 잘하셨어요. 피가 필요했잖아요? 펠리시아가 필요한 만큼 내줬는데 왜 화를 내시는지...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아도 제대로 팔목에 붙어있는 신체였다. 망가지지 않았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만이라고 생각했지만, 잔뜩 열이 오른 네 얼굴을 보아 침묵하였다.) ...미-안해요. 아프지는 않아요. 붕대는 바닥에 두고가면 알아서 쓸게요. 지금 당장은 감아도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잠시 우유병의 반이 넘어가도록 차오른 붉은 액체를 바라봤다.) 피를 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어릴 적이라 그리 기억이 생생하진 않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
펠리시아:아프지 않다니... 설령 정말 아프지 않다고 해도...!! 말했잖아요! 스스로를 좀 소중히 하시라고요...! 엄청 크게 다쳤잖아요! 이게 뭐에요 이게... (거의 잘린 듯한 손목을 바라보다가 침묵했다. ...속상했다. 붕대를 알아서 쓴다는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꼭이요. 한마디만 할 뿐이었다.)
세브:(작은 손의 미지근한 온도가 막 쏟아진 혈흔보다 따뜻했다. 펠리시아의 가녀린 팔목은 쉴틈없이 떨렸지만 갈라진 세브의 살덩이를 지탱하듯 멀어지지 않았다. 눈을 아래로 떨군다.) 아마 달이 뜨던 밤이었을 거예요.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요. (병을 다 채운 핏물을 보며 “아닌가. 내가 죽일 뻔 한 건가.” 했다.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낸다.) ...어째서였더라, 모르겠지만 이제는 상관없어요. 거기 있던 사람들 전부 죽였으니까요. 세상에 없는 사람들 생각해서 어디에 쓰겠어요. 이제와서 동정해봤자 의미없는 일이죠. 과거에 다친 것도요. ...살았잖아요? 그럼 됐어요.
세브는 그리 말하며 유쾌한 미소를 짓습니다.
펠리시아:
그 표정을 보자, 이쪽까지 불쾌해지는 것 같습니다.
괜한 이야기 때문에 신경 쓰이네요.
세브:그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피가 흘렀어요. 바닥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죠. 오직 그 감각만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네요. 그때 느꼈던 고통도…그리고 비명소리도. (언제 멈출지 모르는 핏방울을 바라보며 시간을 축인다. 그때도 쓰러진 이들의 사이에서 흐려지는 눈가에 찰랑이는 붉은색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였을까. 세브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자기 위로를 하며 멀쩡하게 웃었다.)
펠리시아:...세브씨가 왜 죽을 뻔했는지, 왜 모두를 ... ... ... 죽였는지는 떠오르지 않고요? (세브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쾌하게 미소를 짓는 세브를 보고 더 표정이 굳어진다. ...모두가 세브씨를 아프게 한걸까, 세브씨가 모두를 아프게 한걸까. ...잘 모르겠다.)
세브:아하하, 어떻게 죽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상당히 오래된 일이거든요. ...누가 죽었는지는 알지만...-. (대상을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버린 세브가 능숙하게 웃었다. 죽은 사람은 생각하지 말자며 주제를 넘겨버린다.)
펠리시아:(이 말도 저 말도 지뢰다.) 이게 어떻게 심한 상처가 아니라고 해요...! 이정도로 다치면 누구도 엄살이라고 하지 않아요...! ... ... ... (뒤에 한 세브의 거짓말과 비아냥거림에 대해 깨끗하게 무시했다. 물론 펠리시아는 세브가 거짓말했는지 비아냥거린건지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세브한테 계속 화를 낼 것 같아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들을 뿐이다.) 몰라요, 바보. (대신 작게 투덜거렸다.)
세브:(아둔하게 놀아나는 쪽이 어디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손바닥에 올라온 작은 쥐가 손가락을 카득카득 깨무는 상상을 하며, 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다 채웠나요? 좋은 일이잖아요. 그 더러운 남자가 따지면 이렇게 말하세요. 괴물이 백작님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어서 손 하나를 본보기로 잘랐다고요-. 잘했다면서 칭찬을 받지 않겠나요. (그런 김에 아예 잘라주겠다며 바닥에 버려진 나이프를 들어 올렸다. 손목에 가져가려는 순간 흔들리는 펠리시아의 눈동자와 마주친다. 그제야 섣부른 행동을 깨달았는지 툭, 놓았다. 날카롭게 떨어진 물건이 오랜 진동을 남겼다.) ... ...안 할게요. 멈출테니까, ...그래요.
펠리시아:(칼이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굳어졌던 몸에 긴장이 풀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진짜 했으면, 정말- 정말, 저엉말... 화냈을거에요. (째릿! 세브를 노려봤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다. 또 다시 한숨을 쉬면서 표정이 풀어졌다.) ...그리고 거짓말하지 말라면서요. 그런 거짓말이라면 더더욱 안 할거에요.
세브:(뭐라고 할 틈도 없이 천이 찢겨졌다. 동그랗게 커지며 놀란 눈이 서서히 돌아온다. 여성은 다리를 드러내면 안 된다는 고리타분한 편견을 운운하기도 싫었고, 잔소리를 해봤자 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잔소리만 들을 게 뻔했다.) ...하루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몇 시간이면 나을 거예요. 피로감은 있어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요. 걱정되면 여기서 밤새 간호라도 해줄래요? (-...농담. 하고 쇠창살과 연결된 사슬을 발로 쓸어 옆으로 치웠다. 다시 벽에 기대어 눈을 맞춘다.) ...슬슬 가봐도 좋아요. 당신은 또 제 이야기를 들으러 와줄테니까요. ...펠리시아가 오지 않으면 전부 의미 없어지거든요.
그는 어딘가 의미심장한 말을 뱉으며, 시선을 돌립니다.
어떻게 된 신체인지…
편지에 적힌 대로 혈액도 충분히 얻었고, 이 이상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펠리시아:(간호해달라는 말에 진심으로 고민했다가 농담이라는 말에 눈을 깜빡이고는 볼을 부풀렸다.) 세브씨의 농담은 헷갈려요! ...정말 괜찮은거 맞죠? (칼을 집는다고 무릎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럼 진짜 가볼게요! 인형 베고! 담요 덮고! (싱긋) 잘자요. (의미가 없어진다는게 무슨 뜻이지? 생각했지만 세브가 피로감이 있다고 했으니 물어보길 관두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또 올테니까요! (총총 천막 밖으로 나갔다.)
...
당신은 늑대인간에게서 얻은 혈액을 방에 보관해두고 나옵니다.
아직 사람이 오기까지 시간이 꽤 남아있네요.
이제 세브에 관한 것. 즉, ‘늑대 인간’에 관한 정보를 찾기로 할까요.
하지만 과연 관련 책이 있을까요? 실제로도 ‘늑대 인간’의 존재 같은 건 믿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해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늑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거기에 맞게 대응을 하든, 무엇이라도 하겠죠.
마음대로 읽어도 좋다면서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이라면 무엇이든 나올지도 모르니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에비게일의 천막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책더미가 보입니다.
양은 많지 않지만, 무더기로 쌓여있는 탓에 살펴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군요.
뭐라도 찾아야 할 텐데……
펠리시아:
으음… 아무래도 혼자서 찾아보기엔 힘들어 보입니다.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을 꺼낼 때마다 먼지가 날립니다. 괴로운 기침 소리를 내며, 하나하나씩 전부 살펴봅니다.
…거의 전설이나 미신과 관련된 책입니다.
에비게일의 취향은 참으로 특이하네요.
살피던 도중, 표지가 없는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펠리시아:(한참 기침을 하며 책을 찾는다.) 콜록- 응...? 이 책은 뭐지? (다른 책과는 다르게 표지가 없는 것이 눈에 띈다. 천천히 손을 뻗어 책을 집고 살펴본다.)
……문득.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설마 정말로 발견할 줄은 몰랐네요. 늑대 인간과 관련된 페이지를 찾아 제대로 살펴봅시다.
……일지는 딱 여기서 끝납니다. 에비게일의 글씨체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일까요.
그리고 설마 내용이 이게 전부일까요? 다른 것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페이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왠지 맥 빠지네요. 겨우 찾았나 했더니 단편적인 내용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정보 가지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처할 수가 없을 텐데…
펠리시아:
문득, 책을 꺼낸 자리 옆의 작은 선반을 다시 살피자...
책이 5권정도 꽂혀있는데 부자연스럽게 거기만 비어있습니다.
에비게일이 꺼내 간 걸까요? 어쩐지 비어있는 칸이 신경 쓰입니다.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면 읽고나서 돌려둘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중에 다시 와야겠네요.
이제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천막 틈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니 시간이 벌싸 꽤나 지나있습니다.
펠리시아:앗-! 얼마 안 있으면 사람이 오겠어! 일단 돌아가야겠다!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간다. 총총총-)
...
에비게일의 천막에서 나오자 자루를 정리하는 헨리가 보입니다.
헨리는 당신을 보자 대충 고개를 까닥여서 인사를 하네요.
헨리:...밥. (자루를 카리킨다.)
그러니까 지금 늑대인간에게 줄 식사를 챙겨왔다는 말이군요.
하지만 자신이 들어갈 생각은 없는 듯 보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확실히 식사하려면 입마개를 풀어야 할 텐데, 그 살인마가 그새 손을 물어버릴지도 모르잖아요?
차라리 괜한 사고가 생기기 전에 펠리시아가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펠리시아:아-! (헨리가 정리해둔 자루를 든다.) 응! 바쁠텐데 챙겨줘서 고마워 헨리! (헨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러고보니 세브씨,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겠네...! 얼른 가져다줘야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는 일에 휘둘렸더니 잊고 있었다! 호다닥 세브가 있는 천막으로 간다.)
천막의 우리로 다가가면 여전히 구속당한 채 벽에 기대어 있는 세브가 보입니다.
다만, 어딘가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펠리시아:
조금 지쳐 보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디가 불편한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을 감고 있던 세브는 당신이 온 걸 알아챘는지, 곧바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세브:왔나요. 밤중 인사를 해줬으면서... (...-) 그새 제가 보고 싶었나요? 아니면, 풀어주려고?
…안 좋던 표정은 당신을 보자 금세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말하는 걸 보니 역시 방금 본 건 기분 탓인 것 같네요. 어서 자루 안에 든 거나 입에 넣어주고 가야겠습니다.
펠리시아:...! (천막에 들어선 뒤 바로 보이는 세브의 안색에 놀라 더 빠르게 달려온다.) 세브씨...! 괜찮아요?? 방금 표정이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우리에 가까이 다가가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역시 아까 다친 곳이 많이 아파서 그래요?? 괜찮은 척 좀 그만하고요...! (자루에 대한건 완전히 까먹고 있다. 손에 들고 있으면서 말이다.)
세브:아프다니요. 다 나았는걸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을 걱정하는 너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지었다. 흉터도 안 남은 멀끔한 손목을 구속구와 함께 들어올리며 보여준다.)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가 살짝 거슬렸을 뿐이에요. 밤에는 그런 게 잘 들리잖아요. (...하하.) ...어디서 더러운 고기 냄새 나지 않아요? (손에 든 자루를 슬쩍 바라보았다가 눈을 거둔 세브가 한숨을 뱉었다.) 그거군요. 어디서 주워왔나요?
펠리시아:(눈을 크게 뜨고 깜빡인다.) 허억-! 진짜네요! (안심과 함께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다행이에요! 다 나아서~! 그래도 피로감은 있다고 하셨죠? 얼른 쉬어야겠다!
열어보면 고깃덩어리 같기도 합니다만...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물론, 가난한 형편에 이런 고기라도 구해와준게 어딘가 싶지만요.
계속 바라보니 비위가 상하는 것 같습니다.
펠리시아:히-! (깜짝! 놀랐다! 헤, 헨리...~ 고기... 구해다줬구나...? 그, 그래도 생고기를 주면 어뜩해애애애-! 자루를 쥔 손을 길게 뻗어 최대한 몸에서 떨어뜨린다.) 으음... 어쩌죠? 고기 상태가 생각보다 (끄응-...)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빵이 어딘가에 있긴 할텐데... 그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면 ... ... ... 구워드릴까요? (열심히 고민한 결과다.)
세브:...구운 고기의 악취는 생고기보다 더해요. 지금보다 먹긴 힘든 상태가 될 거예요. 상관없어요...-. 죄인이고, 늑대고. 생고기 먹어도 괜찮아요. (별 대수롭지 않은 이유로 놀라는 널 보고 덩달아 놀랄 뻔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족쇄가 걸린 손을 높여 들었다.) 하지만 손이 불편해서요. 먹여주실 수 있을까요? ...입마개도 풀죠. (작게 헛웃음.) 물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고요.
펠리시아:아-, 아아...- 그렇구나. 미안해요~ 고기는 먹은 적이 잘 없어서 몰랐어요! 생고기, 먹어도 되는 군요? (신기했다. 배탈이 나진 않으려나?) 아, 응! 그럼요! 먹는거 도와드릴게요~!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했다.) 입마개 풀어드릴게요! 답답했겠다...~ (세브에게로 손을 뻗어 입마개를 풀어줬다. 그리고 쿡쿡 웃었다.) 응! 물면 안돼요~!
세브:(맹수에게 작대기에 꽂힌 밥을 주는 어린아이같은 행동-부정할 수는 없다. 세브는 살인귀라 알려져있고, 언제든지 인간을 먹이로 삼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거기다 연민을 느끼지 않는 잔혹한 성정까지 있으니.-에 그는 우습다는 듯 바라보다 고깃덩어리를 질겅 씹었다.) 보이는 거랑 달리 맛은 괜찮네요. ...나쁘지 않아요. (날카로운 이에 찢긴 살점에서 핏물이 뚝뚝.) 펠리시아는 밥 먹었나요? 당신도 같이 먹지 그래요.
펠리시아:(사실 펠리시아는 세브한테 손을 내미는 것에 떠는 것이 아니라 손에 닿은 생고기의 감촉이 이상하고 무엇보다... 고기에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떨고 있는 것이었다. 그야 동물을 사랑하는 펠리시아니까... 어떤 고기인지 모르는 펠리시아는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래요?? 다행이에요! 엇- 저, 저, 저도요...? (동공지진, 동공지진, 진짜 괜찮나...? 하면서 생고기의 냄새를 한 번 맡았다가 고개를 연신 저었다.) ...! 아니에요...! 난, 괘, 괜, 괜찮아요...! (계속해서 손에 닿는 감촉을 어떻게든 무시하려 애쓰며 세브에게 고개를 주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
질겅질겅, 계속 씹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손안에 든 고깃덩어리가 사라지자, 당신의 손 위로 핏물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올라가면 손부터 씻어야겠네요.
...고깃덩어리를 다 받아먹은 세브는,
당황함에 손을 빼려고 해도 힘이 얼마나 강한지, 뿌리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피부를 통해 그의 호흡이, 말캉한 혀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움직이지도 않고 한참을 핥다가 곧, 이빨을 세워 당신의 손바닥을 빨아들입니다.
약간의 통증에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집니다.
세브:...더럽게. (핏물이 흐르는 손에 입을 맞추면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흐린 빛을 품었던 눈길은 옅어져 있었고, 긴장한 손가락 끝이 입천장에 닿을 때마다 찡그리는 눈동자의 초점이 느슨했다.) 생고기를 싫어하나요? 아니면 피를 싫어하나... 아까는 괜찮았잖아요. (약간 뒤로 빠진 얼굴이 도로 펠리시아의 손목에 닿는다. 윗입술이 부드러운 피부 표면을 따라 아래로 미끄러진다. 느린 미소 지은채로, “닦으면 안 보일 거예요.” 말했고, 탁액이 질척이는 삿된 소리가 정적을 채우기 시작한다.)
펠리시아:(손 씻어야겠네...~ 하고 손을 바라보다가 세브에게 잡히자 당황하며 눈을 크게 뜬다.) 세, 세브씨? (그리고 곧 혀가 닿자 움찔! 한다.) 히-...! 자, 잠깐- 세브씨...! (손가락이 아예 세브의 입 안에 들어가자 섬칫한 느낌에 어깨가 떨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팔도 같이 떨렸다.) 읏-... 그, 그...! 무, 물로 씻으면... 되니, 까...! (이상한 느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말캉했다는 점이 아까 만진 생고기와 비슷했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는 점이 확연히 달랐다. ...그럼 이건 무슨 느낌인거지? 기분 나쁜게 아니면...?) 그, 그러니까...~! 이제 놔줬으면... 하는데...- (펠리시아의 손목까지 세브의 입술이 닿고,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가 들리자 눈을 질끈 감았다.)
세브:(...아, 피도 아닌가? 그러면 뭐지. 남에게 음식을 먹여본 적이 없나. 나름 머리를 굴려 네 태도를 계산해 봤지만 세브는 이해하지 못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빤히 보며 느리게 형태를 따라가다가 혀를 손가락 사이에 걸쳤다. 서늘했던 우리에 알 수 없는 열기가 차오른다.) 물...-. 귀찮잖아요. 안 그래요? 아하. 혹시 이상한 생각 하나요? 설마. ...닦아주는 거예요. (위해주던 마음도 오래 끌면 욕망에 현혹된다. 그는 네가 입을 벌리고 제 손가락을 문 모습을 상상하며 근육에 힘을 주었다. 펠리시아의 손가락부터 손목 아래까지 번들거리는 체액을 내려다보다, 소매 끝을 물고 내린다.) 여기도 더러워졌나요? ...혹시?
펠리시아:흐아...! (세브의 혀가 계속 손가락의 굴곡에 따라 굴려지자 자꾸만 팔이 떨려왔다. 이상했다... 경련하는 것도 아니고 자꾸만 몸이 떨려온다는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또 이상했다. 세브씨는 왜, 왜 멈추지 않는 거야...~!! 혼란스러웠던 머리에 드디어 세브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 귀찮지... 않은데...! 이, 이상한 생각...~?? ?? ??? 이상한 생각 할게 뭐가... 있, (움찔-!) 우으-...
세브:...그런가. 어두워서 잘 안 보여요. (나돌아다니길 좋아하는 듯 보여, 그리 깨끗한 맛은 아닐거라 생각했으나 새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이 눈에 띄었다. 고개를 돌려 팔뚝에 입술을 묻고, 혀를 할짝이며, 벌려내, 송곳니를 살살 긁듯 자극했다. 하나씩 발갛게 흔적이 남아간다. 누군가 자국을 보고 우리의 짐승과 붙어먹었으리라 소문을 퍼트릴 거라 생각하자 기분이 한껏 유쾌해졌다.) 그거 알아요? (구속된 손목을 움직이자 사슬이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밤에는 동물들이 예민해져요. ...소리. ...시끄럽게 소리내면 펠리시아의 친구가 다들 쳐다볼걸요. 원숭이도, 개도, 뱀도.
펠리시아:아, 안보이는게- 문제가... 아니- 흐...! (팔뚝에 세브의 입술이 닿기 시작했다. 혀만, 혀만 느낌이 이상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이 이빨이...! ... ... 그런 생각을 하며 숨을 삼켰다.) 으, 아...- (흔적이 늘어날수록 펠리시아의 고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크게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그 탓에 호흡도 같이 빨라져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이, 이빨... 이상해요...! 그거 그만...! 읏...!
세브:바라보잖아요. ...사실만 말하고 있어요, 저는. (외설스럽게 살덩이를 움직여도 닿는 부위는 고작 혀가 전부인데, 그것만으로도 지배욕이 들끓으니 자신이 짐승이기는 한 모양이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붉게 달아오른 뺨. 찢긴 치마 사이의 허벅지, 움츠러든 선 따라 둥글게 모인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싶어 몸을 기울였지만, 쇠사슬에 막혀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 ...이런. (불만스럽게 눈썹을 찡그린다.) 깨어있어요. 하지만 짐승은 인간 말을 못 알아듣잖아요. ...우리가 뭘 하는지 궁금해서 다시 못 자는 것 같은데, 가르쳐줄까요? (팔뚝살에 입술을 비비더니 보란 듯이 타액이 엉키는 음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쪽 팔에만 매달려있었지만, 부드러운 살을 연신 굴려대는 모습이 몸 전체를 집어삼킬 듯 집요했다. 머리 나쁜 짐승들도 소리는 알아듣겠지, 눈치는 있을 거 아냐. 작게 속삭인다.)
펠리시아:가, 가르쳐 준다니... 뭘-...! 흐, 읏...! (세브가 타액으로 질척이는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려고 해서일까, 아까보다 더 빠르게 배회하는 것 같았다. 질척하고... 말캉한 느낌이 드는 그 움직임이 말이다. 자신의 입을 막아도 세브의 입 쪽에서 소리가 들리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세브를 바라봤다.)
세브:(슬슬 인내심이 바닥나다못해 아랫배 근육이 뻐근해질 지경이었다. 앓는 소리 숨길 생각없이 뱉을 거면, 자극을 호소하는 눈동자로 바라볼거면, 천쪼가리에 가려진 몸도 드러내어 유혹적으로 굴어주면 좋으련만. 움직일 때마다 거슬리는 구속구를 짜증나는 얼굴로 바라보던 세브는 너의 양손을 잡아 제 쪽으로 당겨 다리 위에 앉혔다.) ...거짓말 아니에요. 착하게 군다니까요, 응? 이상한 짓 안 해요. 그랬다가 내일부터 당신이 안 오면 힘들어지니까요...-. 정말 닦아주려고만 할 생각이었지만, 본능을 참기가 어려워서요. (짐승이 다 그렇죠. 이해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가까워진 거리에서 바라보다가 펠리시아의 가슴팍에 턱을 올려 기댔다.)
펠리시아:으왓-! (잡아 당긴 쪽은 이쪽인데 오히려 세브에게 양손을 잡혀 세브 쪽으로 이끌려 앉혀졌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다가 급격히 가까워진 거리감에 화들짝 놀랐다. 거의 품에 안기듯 마주보고 안겨졌는데, 얼굴이 가까워...! 너무 놀라 시선을 세브에게 고정한 채로 굳어버렸다. ...이상하게 시선을 피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보다... ...? ?? 뭔가, ... 닿, 고 있는데... 그러, 그러니까... 허벅지 밑, 쪽인가...? ...??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가슴에 기대오는 세브의 머리를 느껴졌다. 간지러워 잠시 움찔 떨었다.)
세브:(괴로운 고행길을 걸어나서는 기분으로 숨을 계속해서 골랐다. 상냥한 목소리를 들을수록, 손길이 닿아 저릿한 감각을 만들수록 정신이 삿되게 일그러져갔다.) 맛있는 게 눈앞에 있긴 했죠. ...제대로 먹지는 않았지만요. (정말로 자신을 진정시켜 주려는 듯 다정하게 구는 널 보자 나쁜 마음이 든다. 사실 약속 같은 얄팍한 연결고리로는 괴물을 막을 수 없다며 삼켜버리고 싶어진다. 손은 필리시아의 양손을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힘이 들어갔다가, 풀린다.) 가만히. (...) ...불편해요? 아니면 참아줘요. 주머니에 칼을 숨겨두진 않았으니까...-.
펠리시아:(아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가봐요~ 좋은 이름이죠! (이름을 칭찬해주는 세브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방긋방긋 웃었다. 역시 좋은 이름이라 생각해주는구나. 기쁘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
그의 식사를 챙겨주었으면 우리에서 나오도록 합시다.
슬슬 보고서 또한 작성해야 할 것 같으니까 말이에요.
천막을 나서기 전, 세브가 펠리시아를 보며 입을 엽니다.
세브:준비가 되면 부를게요, 이름. (다시 채워진 입마개에도 불편한 티없이 웃는다. 마지막까지 뒤를 돌아보며 속상해하는 널 보고는 또 한 번 웃었다.) 그리고 내일도 당신이 와주길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절 잊지말아요. ...개는 외로움을 타니까요. 좋은 밤 보내시길.
...
보고서 작성은 그저 명목상 뿐이니, 너무 열심히 적지 않아도 괜찮을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희 중 한 명이 사람이 왔다며 펠리시아에게 전합니다.
분명 편지에 쓰인 그 사람이겠지요.
당신은 심부름꾼에게 세브의 혈액과 보고서를 건네, 전달해줍니다.
이제 이걸로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되었네요. 하루가 참으로 길고 깁니다.
몸을 움직인 탓도 있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것도 있으니...
부디 무사히 밤을 보낼 수 있기를……
.
.
……어두운 밤.
당신은 아주 천천히 눈을 뜹니다.
잠깐 잠이 깬 걸까요. 꿈속에 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탓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천막 너머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걸까요.
너무 피곤한 탓에 신경도 쓰이지 않습니다.
문득, 무언가 당신의 몸을 스치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처 확인할 틈 없이 그대로 잠들어버립니다.
...
…다시 일어나면 아침입니다.
더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 괴로운 아침입니다. 아직도 몸이 나른하고 또…
펠리시아:
어깨 부근이 뻐근합니다. 잠을 잘못 잤나?
일어나서 거울을 확인해보면, 붉은 자국이 생겨있음을 발견합니다.
자면서 어딘가에 부딪힌 걸까요? 하지만 부딪힐 데가 어디 있다고?
펠리시아:후아암-... (눈을 끔뻑, 끔뻑 뜬다...) 언제나 아침은 일어나기 힘들다니까-... (눈 비비적-) 으음...~?? 뭐지, 뭐가 뻐근한 느낌이 드는데- (다시 한 번 하품하며 천천히 거울 앞에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목덜미에... 뭔가 붉은? 자극이 보인다.) 우응...~?? (눈 다시 비비적) 뭐지? 뭐에 물린 건가~? (더듬거리며 자국을 매만져본다.) 이상하네... 붓지도 않고, 가렵지도 않은데... 모기는 아닌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거울을 보며 여러번 갸웃거렸지만 계속 본다고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다! 기지개를 쭉 펴고 잠에서나 깨어나려고 한다.)
생각하던 도중 똑똑, 하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제의 심부름꾼이 천막을 열고 당신에게 편지를 전해주네요.
이번엔 무얼 시키려고 그러는지 아침부터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는 편지를 전달하고는 추가로 어느 물건 또한 도착했다며 펠리시아에게 건넵니다.
자세히 보면 약병 같기도 합니다.
펠리시아:(불안한 표정으로 편지와 약병을 손에 쥔다.) ...이번에 또 세브씨를 아프게 하려는건 아니겠지...? (끙-) 제발! 제발제발제발~~ 아니어라...~! (역시 편지 내용이 신경쓰인다 빠르게 편지를 펼쳐 내용을 읽어본다.)
어김없이 윌리엄 백작의 편지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편지를 읽다, 독약이라는 말에 눈이 조금 찌푸려집니다.
굳이 이런 일까지 시키다니, 역시 위에서 찍힌 게 틀림없습니다.
안 그러곤 이런 위험한 일을 당신에게 시킬 리가 없잖아요?
거부할 권리조차 없는 현실이 암담합니다.
펠리시아:(편지를 읽고 조금이 뭔가, 왕창! 미간이 찌푸려졌다.) 또!, 또...! 상황을 봐가며 투여하라는건 또 뭐야! 진짜... 진짜 싫어... (약병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게 그렇게 위험한 독이라는건가...?)
백작이 보낸 약병입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흔한 어지러움도 느껴지지 않네요.
심부름꾼의 말에 의하면 약은 하나가 아니라며, 밖에 상자째로 두었다고 합니다.
제정신이 아니군요.
펠리시아:(심부름꾼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 한 개가, 아니라고...? (손에 힘을 주어 편지를 구겼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비판받아 마땅한 그 사람은 이곳에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 말도 못했을 것이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속상했다. 너무 속상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세브씨. (어떡하지... 한숨을 내뱉으며 괜히 그의 이름을 중얼거려보았다.)
이번 일을 보건대, 세브의 상태를 봐가며 확인해야 할 테니...
최대한 곁에서 그의 상태를 살펴봐야 할 겁니다.
...그래도 거부할 수는 없겠죠. 천막으로 다가갑시다.
우리의 문을 열면, 세브가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펠리시아:
평소와 다름없는 천막의 우리입니다.
이곳에 괴물이 있다는 것 빼곤 말이죠.
펠리시아가 온 것을 눈치챘는지 그는 감은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합니다.
세브:아침부터 나를 보러 와주다니, 영광인걸요. (쇠창살에 기댄 채로 거리감을 유지한다.) 보고 싶었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고개만 앞으로 살짝 내밀며,) 당신도 내가 보고 싶었죠? 늘 날 걱정하잖아요.
펠리시아:(멀리서부터 세브가 있는 천막까지 무겁다는 핑계로 약상자를 발로 꿍꿍- 차면서 왔다. 펠리시아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었다. 이동하다가 실수로 깨트려버렸어요~ 같은. ...물론 약들은 그리 쉽게 깨지지 않았고 잘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유감스럽게 말이다. 불만스럽게 약상자를 바라보다가 세브의 목소리에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아, 세브씨.
세브:...회복력만큼 체력도 좋아서요, 인간처럼 잠에 들 필요가 없어요. (천막에 점점 가까워지던 쿵쿵, 큰 소리의 출처를 금방 찾아낸 세브는 약상자를 바라보았다. 상자를 들고 가는 중이라고 광고를 하던데, 숨길 생각이 있긴 했나. 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제 생각을 많이 해주길 바라요. (...) 아하, 웃기네요. 당신이 저를 점점 인간으로 보기 시작했잖아요. (유쾌한 일이다.) ...잊지말아요, 저는 튼튼하고, 쉽게 죽지 않아요.
펠리시아:그래요? 그래도 피곤하진 않아요~? (세브의 눈가를 살펴봤다 으음 ~ 눈밑이 검지 않은 걸 보니까. 정말 괜찮은건가?? 갸웃했다.) ...그래도 빠르게 낫는다는 것 말고는 인간과 크게 다를 것 없잖아요. (세브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펠리시아의 안일한 생각이었다.) 결국 아픔을 느끼는 것도 똑같잖아요. 세브가 아무리 튼튼하고, ... ... ...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에요. (침묵이 길었다.)
세브:말하지 않았을 뿐, 그 밖에도 많은 점이 인간이랑 달라요. ...아픔이야 느끼지만요. 우리 신분에 그것이 중요한가요? (스스로의 입장을 알고 타협하는 능력은 인간의 자랑거리지 않던가. 죄인과 힘없는 여인. 분수를 알고 포기하면 일이 복잡해질 걱정도 없으니 세브는 단순명쾌하게 생각했다. 눈이 마주치자 여유롭게 고개를 기울여 눈높이를 맞췄다.) 안 죽으니 됐어요. ...설령 죽는데도 제겐 큰 문제가 아니고.
펠리시아:신분... (그것이 늘 문제였다. 아무리 불합리하고 잘못된 일이라 외치고 싶어도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늘 거스를 수 없었다. 계속, 그래왔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분이 없는 세상이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도 잠시 세브와 눈을 마주치고 그의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또, 그 소리... ...! 큰 문제가 아니라니...! 세브씨는 대체 왜 그렇게 몸을, 아니...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아요? 자신의 목숨조차 말이에요! 무섭지도 않은거냐고요... (작게 중얼거렸다.)
세브:(독약을 든 네가 앞으로 다가오자,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눈꼬리를 접었다. 괴물에게도 상냥하게 구는 네 마음은 어떤 이는 성녀라 칭하며 숭배하겠지만, 세브는 아무리 해도 구원이 내려왔노라고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실체를, 과거를. 지독한 악행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무지한 다정이었다.) 천한 사람은 대접받지 못하죠.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요. 힘들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어요. ...펠리시아, 살아가는 게 허용되지 않은 삶을 아나요? (아무리 빈 자리가 많아도 제 이름 적히는 법이 없다. 씁쓸하게 웃었다.) ...불평은 아니죠. 제가 만든 운명이니까요. 네가 날 무슨 피해자마냥 바라보고 있어서 해주는 말이에요.
처음 병의 뚜껑을 열어 세브의 입에 쏟아부어 버립니다.
그는 미처 다 받아마시지 못한 건지 중간중간 입에서 독이 새어 나옵니다.
곧 독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간 그의 상태를 살펴보면...
펠리시아:
겉보기엔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눈대중으로 확인하는 건 힘든 일이네요. 표정을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약을 받아먹은 세브는 잠시 펠리시아를 보더니 괜찮은 듯, 미소를 지으며 바라봅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는 걸까요?
정돈된 그의 눈은 마치 허공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잠시 뒤, 세브는 입을 엽니다.
세브:혹시 신을 믿나요? 신을 믿고, 죄를 고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신은 어디까지 용서해줄 거라 생각하시나요? (펠리시아의 손목을 잡았다가 얼마 안가 놓아주었다. 빛의 인도를 말하는 눈동자는 기도문조차 외워본 적 없을 만큼 탁하게 침람했다. 어울리지 않게, 천계보다는 악마와 같이. 입가에 흘러내리는 독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부모를 죽이고, 형제자매를 죽이고, 남의 심장을 먹고 자라난 괴물도 용서의 대상일까요. (...아하하, 웃음이 느리다.) 아니겠죠. 그래서 저는 신을 안 믿어요. 저에겐 믿을만한 사람이 없어요, 오직 나 말곤.
펠리시아:(독이 세브의 입에 들어서는 순간 그의 반응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시선을 좆는다. 그의 입가, 움직이는 목울대, 미간이 찌푸려지지 않는지도 확인해봤다. ... 아직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세브:...인간들에게 용서받을 생각은 없어요. 빈민가의 아이들도, 당장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시궁쥐를 잡아먹어요. 귀족은 돈자랑을 하고자 멀쩡한 거위의 목구멍에 음식을 밀어 넣어 진미를 만들죠. (작은 벌레조차 병균을 옮겨 사람을 죽인다. 좁은 세상, 살육을 저지르지 않은 순수한 이가 어디에 있느냐고 세브는 생각했다. 볼썽사나운 얼굴로 양팔을 들어 올려서 구속구에 머리를 박자 그 진동이 바닥까지 타고 흘렀다. 견디기 힘든 이중성에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굶어죽지 않고자 고기를 구해 먹었을 뿐이잖아요. ...왜 용서를 받아야 하죠? (...) 제가 용서받고 싶은 건 흔해빠진 것들이 아니에요. 저는...-, 소중한 사람을 지옥에 밀어넣은 죄를 저질렀어요.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하죠. 용서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끝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목구멍 너머로 말을 숨겼고 목 안에서 긁는 소리가 가래처럼 새어 나왔다. 이 기억은 제대로 떠올리고 싶어도, 깊이 자리 잡은 방어기제가 자꾸 방해한다. 힘없이 쓰러지던 형제의 모습은 나의 짓인가, 내가 당한 짓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앞으로 누구도 상처입히지 않는다고 한들 돌아오지 않아요.
펠리시아:세, 세브씨...! (구속구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리자 흠칫 놀랐다. 손을 뻗어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마치 무엇이든 거부하는 듯한 모습에, 그런... 압박감에 손을 뻗지 못했다.) 소중한, 사람... (그 말에 사고가 멈췄다. ...있었다. 그에게도 누군가가. 그를 올바르게 끌어줄 수도 있었던 누군가가... 그렇지만 나는, 그의 한 부분만 보고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며 판단해버렸다. 바보, 바보. 그의 사정을 헤아리겠다면서 정작 중요할 때 헤아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괴로워보이는 세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가슴이 아파왔다.) 미, ... 미안해요. 내가, 내가 말실수를 했어요. (도대체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도 괴로워하는가. 말을 잇지 못하는 세브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 ...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중얼)
두 번째 병을 꺼내 다시 그의 입안에 독약을 쏟아붓습니다.
펠리시아:
어디선가 목 안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설마 몸 안쪽이 망가진 걸까요?
그도 그럴게 벌써 2병이나 마셨는걸요.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죽음에 이렀을 정도입니다.
슬슬 한계가 온걸까요? 몸 상태를 확인해야…
세브:...사과는 그만하죠. 당신이 말실수를 한 게 아니라, 입장이 다른 거예요. 제가 펠리시아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과거가 무엇인지 간섭하고 캐묻는 행위가 허용될 정도로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탓이다. 여전히 말을 잇지 않는 꼬인 심상으로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독약의 뜨끈한 감각에만 집중했다.) ...아하하, 제가 걱정돼서 불안해 죽을 것 같은가요? 아직, 제가 거짓말쟁이인지 믿을만한 늑대인지도 모르면서요. ...울지말고요.
…나를 봤다고? 과연 저 말이 사실일지, 표정만으론 잘 모르겠군요.
세브는 또 간 보는 건지 말하다 말고 입을 닫습니다.
그리곤 서늘한 미소와 함께 손을 뻗어, 펠리시아를 잡습니다.
한층 더 가까워진 거리에서 도발하듯 속삭입니다.
세브:그때는 저만 괴물이고 당신은 자유롭게 춤을 추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둘다 죄를 나누는 괴물이군요. (머리가 울리고, 정신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라 짐승처럼 웃었다.) 같은 곳에 있게 되어 기뻐요... 아...-, 역시 전 이쪽이 어울리죠?
펠리시아:(울지 말라는 말에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그래도, 믿겠다고 한 말은 진심이에요. 진심이니까 믿을 거에요. 세브씨가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 ...저도 그렇게 믿을 테니까요. 그러니, 세브씨는 세브씨가 생각하는 진실을 말해주면 돼요. (약을 두 병째 마시는 세브를 주의깊게 보며 긴장하고 있다. 혹여나 그에게 몸의 이상이 나타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세, 세브씨 괜찮아요?? 방금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역시 그만 마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 말하며 세브의 안색을 살폈다.)
세브:그때, 당신을 봤었지. 보자마자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여태 본 사람들과 다른 느낌이었지. 왜? 왜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껴질까. (몸을 숙이고 앓는 소리를 내며 으스러져라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과도하게 자신을 드러냈고 우리에 울리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생각했다. 축제의 기억. 특별히 펠리시아의 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사로잡히고 말았던 때. 나는 너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아, 그래… 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지금도. (...) 너의 그 맑은 심성에 매달라고 싶었던 걸지도. 불신으로 가득찬 주제에 빛을 보면 이끌리고 마는...
미쳐버린 광견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부담스러운 개는 필요 없는데 말이죠.
혹시 몸이 아파서 머리도 이상해진 게 아닐까요?
두 병이면 충분히 마셨겠다, 이제 그만 먹이는 것이……
세브:펠리시아, 멈추지 마. (거칠게 약병을 들어 뚜껑을 열어젖힌다.) ...설마 그만두려고? 끝까지 날 책임져 줘야지.
펠리시아:세, 세브씨! 정신 좀- 아-...! (잡힌 손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쏟아지듯 나오는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세브씨...! 괜찮아요?? 그만 말하고 정신 좀 차려봐요. 이제 약은 그만- (한 손으로 뚜껑을 여는 세브를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무슨 짓이에요!! 마시면 안돼요...! 지금도 세브씨 상태가 좀 이상하다고요!!! (세브에게 잡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을 뻗어 마시지 못하도록 약병을 잡으려 들었다!) 더 마시다가 진짜 큰일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세브:...이런 짓이라도 해야, 당신이. ...저와 같은 세계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평생 씻겨지지 않는 죄를 사할 수 있지 않을까. (절설하게 내뱉는 단어는 고해성사를 하는 듯 하면서도 동시에 건조했다. 네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약병을 쥔 손에는 금방 힘이 풀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입가에 고여있던 물줄기가 입술 틈을 파고들었고 몸에 스며들어 고통이 된다.) 그래서 여기로 왔어요. 제, 모습. ...잘 새겨두세요. 당신이 절 이렇게 만든 거예요. 그러니 나를 동정하고, 위하고. ...사랑하고, (...)
그가 괴로운 기침을 연신 내뱉습니다.
세브는 속이 불타는 건지, 제 가슴을 움켜잡습니다.
역시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정도가 한계였던 거예요.
애써 즐겁다는 듯 웃고 있으나, 낯빛을 보니 이제 쉬게 해야겠습니다.
세브:...더러운 곳에 같이 있으면 좋겠는데, 너는 그런다고 망가질 것 같지 않아.
...그는 잠시 숨을 고르다 혼잣말하듯 서서히 입을 엽니다.
세브:모를 거예요. 제가 당신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사이, 다른 것들한테 빼앗길까 봐 얼마나 두려웠는지. 용서받지 않아도 되는 깨끗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보고싶었어. 그렇게라도...
그것은 미친 듯이 그 한마디를 반복합니다.
어쩐지 귓가에 저 말이 들려올 때마다 불안함과 소름이 돋아날 정도입니다.
펠리시아:
세브:(시야에 들어찬 펠리시아의 얼굴을 외면할 수 없었다. 믿을 리가. 네가 주는 친절을 곧이곧대로 믿고 안주하여 그곳에서 살아가는 행위가 용서될 리가. ...나는 너와 손잡고 들판에 가기보다는 영원토록 우리에 갇혀 썩어가기를 바라는 쪽이다. 널 바라는 대가로 신의 축복을 받지 못했으니 더러운 감정만 남은 것이다.) 믿음은, 불완전해요. ...마음은 쉽게 변해요. 영원은 없어요. 아무리 영원히 바란 데도 어느 한쪽이 죽어버리면 강제로 끝나는 게 영원이에요. 어떻게 믿는다고 확신하나요? (괴로운 침음을 삼킨다. 형편없이 얼굴 구겨져서.) 그,래. 다른 인간의 용서는 필요 없어요. 제가 바라는 용서는 그 아이와...-, 당신뿐이죠. 그 아이는 죽었으니 너만 남았네요.
펠리시아:(믿어준다는데도 계속 그에게 닿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그렇게 부정적인 말로 자꾸 밀어낼거면! 뭐하러 날 만나려고 했나요...! (찡글-) 정작 내 말은 하나도 들어주고 있지도 않으면서...! (울컥하는 감정에 눈가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알아요! 영원한건 없다는거...! 그렇지만 전!! 그 불완전 속에서도 당신을 믿겠다고 하는 거에요! (세브의 손을 꼬옥 잡았다.) 죽음은 제가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죽기 전까지 믿겠다고요...! 저도 오래 살고 싶으니까 최대한 건강하게 살거에요!! 그러는 동안!! 세브씨를!!! 믿겠다고요....!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확신하는 거에요...! 내가 어떻게든 당신을 믿겠다고요!
세브:...바보같은-, ...사람이네요. 제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가장 빛나고 또 어리석어요. (죽기 전까지 믿으면 무엇하나. 곧 더러운 탐욕에 떨어져 실험이나 고문을 견뎌야하는 미래는 정해져있다. 하지만 네가 이별을 잊고 영원을 약속하듯, 자신도 잠시동안은 어리석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냥 옆에 있게 해주면, 그것이면 족하다. 봐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테니.) ...이렇게 보,여도 빨리 말한 거예요.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힘겹게 올렸다.) 이,런... 당신의 마음도 좋지만 그래도 펠리시아가 직접 안겨주면... 금방 나을텐데 말이,에요. ...하, 이또한 장난이에요. 아직 장난칠 기력은 있어서 다행이죠? (...)
아마 그 직후였을 겁니다.
막을 새도 없이 펠리시아의 몸에서는 힘이 빠져나갑니다.
펠리시아:
천천히 숨을 내쉬어봅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의식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지네요.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아보지만...
이대로 계속 있다간 기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점점 시야가 흐려지며, 몸이 무거워집니다.
처음부터 이런 일은 완고하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그것보다 세브를 얼른 치료해야 할 텐데…
이대로 쓰러지면 분명 위험합니다.
펠리시아:
힘겹게 고개를 숙이자, 세브가 보입니다.
그야 당연한 거겠죠. 이곳은 당신과 그밖에 없으니.
눈은 크게 떠있고, 미소로 가득 찼던 표정은 굳어있습니다.
...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해 당신은 불쾌한 감각 속에 기절합니다.
.
.
…몽롱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도 불쾌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식은땀이 계속 흘러나와,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몸은 죽은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고, 눈꺼풀은 지나치게 무거워 떠지지 않습니다.
괴로운 감각 속에 서늘한 손길이 당신의 얼굴을 어루만져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누가 있는 걸까요?
무언가 말할 기운조차 없어 애써 숨소리만 내쉬어봅니다.
그러자 곧 낮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알듯말듯한 목소리인데… 누구의 목소리였더라.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도중, 다시 당신은 깊게 잠듭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면 천막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분명 우리 안에서 쓰러졌고… 그 뒤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곧 당신의 동료 릴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보자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릴리아:다행히 깨어났구나...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이틀이나 잠들어 있었잖아.
릴리아는 당신의 상태에 관해 질문합니다.
한창 질문을 하며 당신의 상태를 살피던 도중, 놀랍다는 듯이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릴리아:그건 그렇고 다행이네. 괴물 우리 안에서 쓰러졌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 좋은 약초들이 마침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정말 위험할뻔했다니까. 그 망할 늑대가 감히 펠리시아를...
펠리시아:
빈민촌과 다름없는 천막에 약초가 있을리 없습니다.
슬쩍 릴리아를 봐도 모른다는 눈치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약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펠리시아:(이상하네... 웬 약초가 주변에...?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데 언급된 늑대라는 단어에 눈을 크게 뜬다.) 아! 맞아...! 세브씨는?? 괜찮아? 나 쓰러지기 전에 상태가 엄청 안좋았는데...! (자신도 쓰러졌던 사실은 일단 뒷전이다. 아픈덴 없으니까!)
릴리아:세브가 누구야? 우리 천막에 그런 애는 안 들어왔어. 어제 새로 집을 찾던 애 이름이 세브인가... 걔라면 펠튼이 데려갔어. 걱정하지마. 그보다 너를 걱정해야지! (한숨을 과장되게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휴, 얘도!) 늑대한테 공격당한 거지? 안 봐도 뻔해. 왜 그딴 괴물을 네가 돌봐야하는지 모르겠어.
펠리시아:(엥? 하며 고개를 젓는다.) 아냐아냐! 언니가 말하는 늑대씨라는 사람이 세브씨라구! (세브씨가 날?? 공격???) 아, 아니야! 세브씨는 아무짓도 안 했어...! 나, 나도 내가 왜 쓰러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브씨는 아파하고 있었는걸. (세브를 괴물이라고 다른 사람이 ...그것도 친한 언니가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으니 슬퍼진다. 릴리아의 손을 잡고 속상한 마음에 눈썹을 내리며 말한다.) ...괴물 같은게 아니야. 세브씨라고 불러줘. 세브씨가 정말 나쁜 늑대씨였으면 내가 우리 안에 쓰러졌을 때 날 해쳤겠지! 그런데 그러지 않았고 무사히 여기서 눈을 떴잖아~!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 언니~ (잡은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방긋 웃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그런데 진짜 왜 쓰러졌었지...? 분명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러니까 이틀이나 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릴리아:사람 죽이는 살인마가 아무짓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니? 쓰러졌잖아, 너! 이것만으로도 그 괴물은 괴물이야. 나한테는 곱게 안 보여. 지금 우리 천막의 애들을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지. (네 손등을 토닥여주면서 한숨을 쉬었다. 착한 펠리시아의 심성을 걱정하는 티를 팍팍 낸다.) 늑대가 아프든 말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알아서 일어나겠지, 콱 죽어버리면 더 다행이고. (흥, 하고 혀를 찬다.) 그래. 이틀이나 쓰러져있었어! 걱정하다가 말라죽는 줄 알았다니까?
릴리아는 체력이 부족할 테니 당분간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말하고, 또 할 말이 있는지 덧붙입니다.
릴리아:또 편지가 왔어. 너한테 위험한 일을 시키는 사람맞지? 꼭 읽어야해? 내가 대신 찢어버릴까? 그 늑대가 했다고 거짓말하면 되잖아.
펠리시아:(입을 삐죽이며 울상을 지었다.) 언니이-... 나 진짜 괜찮대도~ 그리고 세브씨는 그런 짓 안해! 나랑 약속했으니까! (방긋 웃다가 죽어버리면 다행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속상함이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언니~~~...! 그, 그렇게 말하지마아-... 걱정시킨 건 미안해... (시무룩-)
릴리아는 한숨을 쉬며 펠리시아에게 편지를 건네줍니다.
편지를 열어보면 윌리엄 백작의 글씨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참으로 뻔뻔한 내용입니다.
분명 괴물이 무서워서 함부로 이곳에 오지 못한 거겠지요.
릴리아는 편지를 확인한 펠리시아를 보며, 간단한 식사를 챙겨줍니다.
그간 아무것도 못 먹은 탓에 몸이 많이 허한 상태이니, 꼭 챙겨 먹으라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그리고 에비게일이 쉬는 동안 읽으라고 챙겨줬다며, 낡은 침대 옆 협탁에 책 몇 권을 올려둡니다.
펠리시아:(백작의 편지를 보고 내심 안심을 했다. 이번엔 세브씨를 다치게 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만나기는 싫어졌긴 하지만. 릴리아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밝게 웃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에비게일 언니 천막에 신경쓰이던 빈 책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거기에 있던 책일까? 호기심이 생겨 책에 손을 뻗는다.)
책은 대부분 저번에 조사하며 봤던 책들이지만...
딱 한 권. 본 적 없는 표지의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마도 그때 비어있던 공간에 있었던 책인가보네요.
마침 잘 됐습니다.
보아하니 저번 서고에서 발견한 일지의 뒷부분 같습니다.
첫 장을 넘겨 훑어보면, 저번에 본 내용의 뒷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그 뒤로는 계속 도와달라는 절박한 말밖에 없습니다.
나사 풀린 기계처럼 제정신이 아닌 글만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펠리시아:(마치 전설-바로 근처에 진짜 늑대인간이 있음에도-같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책에 몰입해갔다. 긴장하며 책을 꼭 쥐다가 절박한 문장들을 보고 식은땀이 났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말만 쓰여있는 걸까...?)
펠리시아:
계속 넘기던 도중, 옛날 신문을 스크랩해둔 것같은 종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에비게일의 취미일까요.
펠리시아:(또잉?) 이게 뭐지? 신문?? (스크랩된 종이를 자세히 읽어본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사건의 신문이 조각조각 잘려 붙여져 있습니다.
강도부터 살인, 절도와 축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내용이 있습니다.
...늑대 인간과 관련된 신문은 두 페이지에 걸쳐 정리되어 있네요.
첫 번째 신문 조각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펠리시아는 두 번째 신문 조각의 내용도 읽어 내려갑니다.
펠리시아: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타인의 일이 아닌 것처럼. 불안감이 가득 들기 시작합니다.
...
책에는 더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답답해집니다.
펠리시아:...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부모를 죽이고, 형제자매를 죽이고, 남의 심장을 먹고 자라난 괴물' ...세브씨가 말한 내용과 유사하다.) 이 신문은 혹시... (불안함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세브씨와 관련 있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무희가 약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옵니다.
당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듯 물으며, 간단한 약을 건네고는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엽니다.
무희:그러고 보니… 네가 잠든 이틀동안, 동물 우리에 있는 그 죄인 말야… 여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던데…
여태 식사를 거절했다고 말합니다.
왜? 왜 그런 짓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아니 괴물입니다.
아직 몸을 움직이기엔 불편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닙니다.
펠리시아:뭐...? (식사를 거절했다는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런거야 왜...! (중얼거리며 망설이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워~~ 그럼에도 당연히 세브에게 갈 생각이다. 이틀 동안 공복이라니...! 설마 아파서 못먹은건 아니겠지?? 그대로 나가려다 무희를 향해 물어보았다.) 세브씨 (아, 그러니까 늑대인간씨 말이야! 덧붙이며 말했다.) 식사는? 어디있어?
무희:...응? 펠리시아, 왜 그렇게 놀라... (당황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너한테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해서 전해준 거야. 늑대인간의 밥...? 우리 먹을 형편도 없는데 괴물 밥을 왜... (인상을 찡그리며,) 백작님이 잘 챙겨주라고 하시든?
펠리시아:기쁜, 소식... (충격을 받은 듯 동공이 흔들렸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야...! 하나도 안 기뻐! (모두가 세브씨를 미워한다. ...물론 처음엔 나도 무서워했으니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미워할 정도로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하는 이야기도 아닌데 마치 내가 들은 이야기인 듯 억울해서 눈물이 그렁거렸다.) ...아니야. 세브씨는 그렇게 미움 받을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눈물을 슥슥 닦고선 아까 릴리아가 챙겨준 식사를 챙긴다.) 나 다녀올게...
...
우리 안에는 구속된 채 앉아있는 그가 보입니다.
분명 전부 풀어줬었는데, 그 사이에 누군가 채워둔걸까요?
그는 당신을 보자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세브:...들리는 소문이 흉흉해서 무척이나 즐겁던데, 그런 걸 듣고도 절 만나러 와줬네요. (입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아, 가죽 더미에 막힌 목소리가 안에서 웅웅 울렸다.) 제가 무섭지 않은 가봐요. 쓰러졌었잖아요. 혼절한 거라 생각했어요. (등을 쇠창살에 기댄 채로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서, 용건은?
펠리시아:(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브가 있는 천막으로 들어선다. 그에게 가까이 갈수록 보이는 건 ...더 괴롭게 구속된 듯한 모습이었다.) ...! (그에게 가는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꼴이 그게 뭐에요...! 분명 풀어줬는데...??
세브:...약속은 기억해요. 하지만 믿는다고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이 사라지진 않잖아요. 아무리 믿어도 이별할 수 있고, 잠시 멀어질 수 있는 거죠. (누그러져 있었던 경계심이 갑자기 올라온 듯 어조 끝에 날이 서렸다. 꼴사나워지고 싶지는 않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아하, 괜찮아요. 시간 지나면 다 낫는다니까요.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다며 너스레를 떤다.)
펠리시아:제가 세브씨를 믿겠다고 한 뒤 세브씨가 무섭다고 느낀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렇게 말하지 말고, 믿어줬으면 해요. (그의 구속구를 전부 풀어주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아프잖아요. 머리가 뽑힐 것 같다고 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는 거에요... (투덜거리듯 말했다.)
세브:...안 먹겠다고 말했을 텐데요. 이유가 있고, 타협할 수 없어요. 펠리시아가 이해해 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제 말은 뭘 들었냐는 듯이 어이없게 웃으며 바라봤다. 아껴주는 마음은 어여쁘지만 받아줄 여유가 없다. 세브는 손을 뻗어 음식 접시를 들어서 바닥에 내려뒀다. 먹지 않겠다는 완고한 표현이었다.) 혹시 천막 사람들을 잡아먹을까 봐 걱정하는 건가요? 이런, 그러지 않아요. (...절대로,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펠리시아:(세브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에 볼을 부풀리며 말한다.) 아까부터 이유가 있다고만 하는데, 그럼 그 이유가 뭔데요? 세브씨가 제대로 설명해주기 전까지 ... ... ... 안 나갈거에요. (할 수 있는게 딱히 없어 이러면 귀찮아서라도 말해주겠지?의 심정으로 말했다.)
세브:...설명하기엔 길어요, 귀찮게 힘 빼고 싶지 않아요. 전 인간과 달리 굶는다고 죽지 않아요. (침묵을 고집으로 응수하는 쪽이 자신의 사정을 호소하는 것보다 편했다. 세브는 더 이상 입을 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여기 있어요. 저도 당신이 나갈 때까지... 이상한 짓이나 하면서 놀죠, 뭐.
펠리시아:대체 왜 말을 안 해주는-...! (더 화내려다 고개를 저으며 하는 세브의 말에 의아함을 느껴 말문이 막혔다.) ...? 이상한 짓...?
세브:...저라면 당장 다른 말 안 붙이고 도망갔을 거예요. 펠리시아도 저만큼이나 고집이 세네요. (깊은 한숨이 펠리시아의 살결에 스치듯 지나간다. 혹시 남자 경험이 있나, 정숙하게 춤만 추는 예술꾼인줄 알았더니 다른 쪽에도 소질이 있었나. 꼬인 생각은 네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번졌고 세브는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경험을 했다. 네가 누구와 어떤 은밀한 시간을 보냈든 상관할 바가 아니거늘. 무엇이 이리도 불쾌한지.) 말하기 곤란한 거예요. ...됐나요? 덜 곤란해지면 말해줄 테니까 그만하죠.
펠리시아:(숨결이 스칠 때 다시 몸이 떨렸다. ...이젠 모르겠다. 그냥 간지러움 타는거라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없는 떨림은 넘기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 뒤의 말이었으니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꼭, 꼭 말해주는 거에요? 응... 덜 곤란해지면. (지금은 그 말을 믿은 채로 넘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말해줄거야. 분명. 그러니 풀죽지 말자고 생각했다.)
세브:(펠리시아가 자신에게 불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으나 정작 키스가 시작되니 삿된 욕망이 커진다. 혀를 내밀어 말랑한 입술 표면을 핥아내고, 이어 다물지 못하도록 끝까지 밀어 넣어 숨마저 제 것으로 만들려고 굴었다. 이를 세워 너의 아랫입술에 송곳니 자국을 낸 일도 그러한 욕심의 종류였다. 완전히 굳었네, 힘을 풀어야 즐기지. 세브는 고민하다가 허리를 잡았던 손을 등으로 옮기고 토닥이기 시작한다. 나름대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거였다.) ...긴장 풀어요. 펠리시아에게 밉보이려고 이러는 건 맞지만, 저만 즐기고 끝낼 생각은 없거든요. (입술을 잠시 놓아주고 숨을 고르는 얼굴을 보며, 손아귀에 뭐라도 잡혔으면 하는 기분에 손을 움직여 너의 허벅지를 쥐었다. 치마가 한껏 구겨지며 발목이 드러나자 갈증이 목을 타고 올라온다.) 진정하고, ...다시 벌려봐요. 급하게 안 할게요. (젖은 입술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어둡게 일렁인다. 네 입술에 여러 번 버드 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가주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펠리시아:흐읍, 우응... 읏- (한 번 벌어진 입술은 닫힐 줄 몰랐다. 그저 몸이 굳었기에 계속 입술을 벌리게 되는 것인지, 그의 혀의 움직임에 따라 벌어지는 것인지는 펠리시아 본인도 인지할 수 없었다. 입술을 부드럽게 훑을 때, 그리고 그 부드러움과 상반되도록 깊게 파고들 때, 이빨을 세울 때도 펠리시아는 그저 굳어진 채 간간이 몸을 떨며 세브를 붙잡을 뿐이었다. 특히 세브가 혀 가장 안쪽까지 얽혀올 때는 숨뿐만 아니라 펠리시아 본인 자체가 먹히는 듯한 감각이 들어 매달리 듯 힘주어 잡게 되었다. 입을 맞춰올 때마다 숨을 참아 심장이 느리게 뛰었다가, 입술이 떨어질 때는 참았던 숨을 몰아 쉬느라 걷잡을 수 없이 크고 빠르게 뛰었다. 들쭉날쭉하던 고동이 계속되다가 세브가 안아주듯이 토닥이자 거짓말같이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을 느꼈다. 펠리시아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낯선 접촉만 하다가 익숙한 토닥임에 안정감을 얻은 덕분이었다. 그 안정감을 더 찾으려는 듯 토닥여주는 세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우으... 이, 이상...해... 아...- (허벅지가 잡히자 흠칫, 놀란다. 또다시 낯선 스킨십에 긴장이 되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진정-, 후으... (세브의 입술이 내려앉을 때마다 말이 어색하게 끊겼다.)
세브:(네가 남자 경험이 있든지 없든지, 지금껏 자신에게 순수한 면만 꾸며내어 보여줬든지, 백작이 공들여 만든 꼭두각시 인형이든지. 이제와 그런 가능성은 하등 의미가 없었다. 당장 펠리시아에 제 손에 붙잡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감이 넘쳐흐른다. 이대로 숨 조여 기절하게 만들면 영원히 네 곁에 떨어지나, 하는 생각을 입증하듯 혀를 깊게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막 사랑하기 시작한 연인의 달콤한 키스와는 거리가 먼, 목구멍 깊이 들어간 욕심이 펠리시아의 혀를 옭아매고 어루만지며 발갛게 달아오르도록 만들었다. 본 적도 없거늘 너의 입 속 모양을 그려낼 수 있을 만큼 깊이. 오직 내가 주는 숨으로만 살아가라는 듯. 힘들다며 뒤로 도망간 펠리시아의 살덩이를 세브의 혀가 놓치지 않고 휘감는다. 맞닿은 두 입술이 뭉개져 쓸리는 감촉이 아플 지경이었다. 작은 입은 고작 키스 하나 받아들이지 못해서 버둥거리는데, 이 좁고 뜨거운 곳에 성기를 쑤셔 넣으면 어찌 될까. 아니면 그런 수고스러움 없이 아랫입에 가득 물려주면 어떤 소리를 낼까. 상상이 극에 치닫자 세브는 괴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서 천천히 밀어졌다. 턱을 타고 흐르는 타액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칠칠치 못하게. 짧게 중얼거렸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합니다.
며칠간 먹지 않아 기력이 없다면서요.
속을 알 수 없는 괴물의 행동에 답답해집니다.
펠리시아:(밀어낸 어깨를 잡은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 ...? 흥, 흥분?? 다른 사람들이 날 보고??? 눈을 크게 뜨며 어버버거리다 크게 소리쳤다.) ...! 보, 보통 절 본다고 흥분하는 사람, 없, 거든요...!! 즐거워하는 사람은 있어도요...!! (허, 허벅지는 또 왜 이렇게 잡는거야...! 조금, .....저린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세브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올라가자 또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시선을 잠시 피했다가 세브가 입을 열자 다시 그를 바라봤다.) 그, 그건...! 강아지라니...! 그런 취급 한 적 없거든요...! 그리고 물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정확히 그런 약속 한 적 없다.)
이제 당신의 천막으로 돌아가 휴식을 청해야 겠습니다.
오늘 하루 정도는 일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예요. 당신은 아픈 환자니까요.
그렇게 모처럼 조용한 휴식을 끝마칩니다.
.
.
그로부터 며칠이 흐릅니다.
백작과의 약속 시각이 점점 다가와 당신은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괴물은 별문제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었죠.
당신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리로 몇 번 찾아가긴 했지만,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 금방 발길을 돌렸습니다.
펠리시아:(굶는다고 죽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신경쓰인다. 손목이 잘리고 금방 낫는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닌 듯 굶어 죽지 않는다고 배고프지 않은 건 아닐 것 같아서. ...그렇다고 세브씨가 이유를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곤 했지만 역시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백작님이 보자고 한 날이지, 일단 오늘도 세브씨가 식사를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도 하고... 오늘 백작님 만나러 간다는 말도 해야겠다. 그렇게 한 번 생각을 정리하고 고개를 한번 끄덕인 뒤 세브가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우리로 다가가자 세브가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엽니다.
세브:...아침부터 꾸미신 건가요. 평소랑 옷차림이 달라서요. (일전에 풀어준 구속이 무색하게 오늘도 입마개와 구속구가 조여져 있다. 웃음을 건 채로 바라본다.) 예쁘게 입으셨네요. 중요한 손님이라도 찾아오나요?
펠리시아:(또 구속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우리 가까이에 오진 않을 것 같은데... 찌푸리며 말했다.) ...혹시 세브씨가 다시 채우는 거에요? (말하면서 오늘도 먹지않고 내버려 둔 식사를 바라보았다. 올 때마다 가져다주곤 있지만 세브씨가 계속 입에 대지 않는다. 작게 한숨을 쉬었다.) ...백작님이 보자고 했거든요. 저번에 편지가 왔었어요.
세브:...하하, 무슨 재주로요. (고개를 저었다.) 입마개는 스스로 찰 수 있지만 양손을 쓰는 구속구를 어떻게 혼자 힘으로 차겠어요. (당황하지 않고 말을 받아낸다. 이윽고 어깨가 크게 들썩이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급박하게 이어진다.) 나간다고요? ...오늘요? 왜, 오늘...
꽤나 다급했는지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자,
창살에 연결된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펠리시아:
세브가 당신을 위협하듯 노려봅니다.
그 모습에 당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납니다.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는 한참 말이 없다,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조용히 말합니다.
세브: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의 개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꼬인 사슬을 발끝으로 밀어 구석으로 보내버린 뒤 자리에 주저앉는다.) ...우울한 동물은 금방 죽는다고 하잖아요. 거리를 두라고는 했지만 절 버리라는 뜻은 아니었거든요. (말이 쓸데없이 길어져 불쾌한 기분이 든다.) ... ...늦게오지 말아요.
펠리시아:(평소답지 않게 급하게 움직이다가 사슬이 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세브씨...? (화난건가? 싶었는데 곧 다시 표정이 돌아왔기에 착각, 인건가...? 했다. 그래도 이상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어서 주저앉은 세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세브씨는 진짜 이상해요. (세브의 머리를 살살 어루만져 쓰다듬어주고 다시 입마개를 풀어주었다.) 강아지 취급하지 말랬다가, 또 이렇게 강아지를 자처하시고, 진짜 제멋대로에요. (무릎을 굽혀 앉아 구속구도 풀어주었다.) 버릴 생각 없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에요. (날 좀 믿어달라고요, 중얼거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계속 꿍하게 말할 정도로 펠리시아는 보통 선인이 아니었다. 곧 빙긋 미소지으며 안심시키 듯 말했다.) 최대한 빨리 올게요. 별일 없을 거에요. 그냥 말 할게 있다고 하셨으니 대화만 좀 하고 말겠죠~ 얼마 안 걸릴 거에요.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오늘은 식사하시길 바래요.
백작이 보낸 심부름꾼이 마차가 준비되었다며 당신을 부릅니다.
우리에 있는 그를 뒤로 한 채, 천막에서 나와 마차에 오릅니다.
마차가 움직이자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봅니다.
오늘따라 천막촌이 흉흉하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출발한 지 몇 시간 뒤, 대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고 마차의 불쾌한 승차감을 버티며, 지면에 발을 내딛습니다.
오랜만에 오는 수도의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시끌벅적한 천막촌과 비슷하게 활기찹니다.
아직 약속 시각까진 조금 남았으니 주변을 둘러볼까요.
펠리시아:
온몸은 바들바들 떨고 있고, 눈은 어둡게 침참한 것이 맛이 간 것 같습니다.
척 보기에도 문제 있어 보이는 남자입니다.
연관되기 전에 자리를 뜨려는 순간...
잡힌 팔을 뿌리치려해도 남자는 그만큼 힘주어 당신에게 매달리듯 붙잡으며 소리칩니다.
???:(아, 으. 하고 끊어지는 소리를 냈다. 숨을 길게 고른다.) 당신에게서 향기가... 느껴져. 그 아이지? 형,이죠. 살아있는 건가요? …맙소사, 제대로 살아났구나. 다행이에요. 다행이에요.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남자는 세게 붙잡습니다.
펠리시아는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에 인상을 씁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남자는 듣지 않는 건지 제 할 말만 내뱉습니다.
???:…아가씨 옆에 있는 것 같으니까 부탁하나만 할게요. 형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줄래요?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이에요. 누굴 죽일 만큼, 아. ...또다시 말이 부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제가, 이성을 잃어서 실수했는데… 하지만, 뭔가 오해가 생긴 것 같…….
남자는 무언가 쫓기듯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바닥에 피를 토하고 맙니다.
심장 쪽 옷이 붉게 물들어있는 것도 보이네요.
고통에 물든 남자의 표정은 마치 광기에 걸린 사람 같습니다.
펠리시아:저, 저기..! 윽, 아파요...! 좀 놔주세요...! (처음엔 벗어나려 소리를 치다가 너무나도 절박해보이는 남자의 목소리에 어느새 그의 말을 듣게 되었다. 잡힌 팔은 너무 아파서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형, 이라뇨...? 누구를 말하시는-...! (남자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란다. 수그리고 앉아 그를 바라본다.) 저기, 괜찮아요?! 어디 다친거에요??
펠리시아:
...괴로워하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펠리시아는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펠리시아:
하지만 세브는 아닙니다.
지금 그는 천막의 우리에 구금되어 있는걸요.
더구나 이곳은 대도시입니다. 천막에서 이곳까지 도착하려면 마차를 타고도 몇 시간은 걸립니다.
아무리 그라도 왔다 갔다 하기엔 무리가 있고...
남자는 세브와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세브? ...그런 이름을 쓰나보네. 사바스티안은.) 괜,찮아요. 회복하는 중이라서 이런 거예요. (호흡할 때마다 입가에서 혈액이 뚝뚝 떨어진다. 비틀거리다가 골목길의 벽에 몸을 기대고, 다시 펠리시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이걸 조심하라고도 말해주세요. 형은 똑똑해서 이미 알고 있으려나... 하지만 원래, 몰랐으니까. 우리,들은 닿으면 이렇게 되어버려요...
정신이 나간 남자는 품에서 무언가 꺼냅니다.
달빛과도 같은 색… 은색의 나이프를 품에 꺼내며 당신에게 그것을 보여줍니다.
의문과 함께 바라보면, 어느덧 남자는 나이프를 자신에게 가져다 대기 시작합니다.
역시 미친 게 틀림없습니다.
펠리시아:(남자의 입가에 피가 흐르는 게 보인다. 딱 봐도 많이 아파보이는데... 진짜 괜찮은건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며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그러던 순간 남자가 나이프를 꺼내 손에 그으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그의 손목을 잡았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지금 가뜩이나 아파보이시는데 왜 더 상처를 내려는 거에요...! 말로 해줘요. 충분히 설명하실 수 있잖아요...!! ... (세브씨랑 똑같은 얼굴...) 잘은 모르겠지만, 세브씨랑 관련있는 사람인거죠? 누구라고 전해드리면... 돼요...?
???:늑대인간의 약점은 은이에요. 조금 닿는다고 죽진 않지만, 그 상처는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오랫,동안 아프거든요. (보여주는 편이 빠를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 통하는 사람인가보다. 나이프를 내려두고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조심하라고 꼭... 말해주세요. 힘들게, 살아났,는데... ... (...저는-, 그 말을 하자마자 진득한 핏덩어리가 입에서 떨어진다.)
남자는 심장 부근을 부여잡고 몸을 돌려 골목 사이로 사라집니다.
모처럼의 외출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손목의 상태를 확인하면 멍이 들어있습니다.
...아직도 얼얼하네요.
벌써 집에 돌아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백작과 마주치고 맙니다.
윌리엄 백작:오, 실비아. 여기일세, 이런 더러운 장소에서 서성이다니 별일이야. 그런데 꼴이 그게 뭔가? 무슨 일 있었나?
백작은 요새 거리가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곤 이곳에서 말하긴 껄끄러우니, 자기가 아는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대화하자고 말하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
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들어섭니다.
들어가자,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주곤 미리 주문한 요리를 가져옵니다.
윌리엄 백작:들게나, 이곳의 요리는 꽤 맛있다고? 자네니 특별히 데려온걸세!
그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고작 이런 대접으론 성에 안 차지만 말이죠.
맛도 못 느낄 정도로 부담스러운 식사 자리에 백작은 당신을 보며 입을 엽니다.
윌리엄 백작:며칠간, 고생이 많았네. 쓰러졌다고 들었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역시 실비아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던 모양이야. (괴물이니까 암암, 콧수염을 잡고 내려쓸면서 비죽 웃었다.) 그래도 그 괴물 놈이 꽤 얌전히 있었다지? 이제 내일, 연구 장소가 거의 다 준비되어가니, 오늘 하루만 더 수고해 주게.
펠리시아:...! 내일... (중얼거렸다. 백작이 괴물이라고 말했을 땐 조금 움찔했지만 이미 세브씨를 여러번 아프게 하려던 사람이다. 제대로 된 대우는 안해줄거라 예상했기에 입술을 물고 참았다.) ...앞으로, 세브씨는- (당연히 백작이 세브의 이름도 모를거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늑대인간씨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에요?
윌리엄 백작:앞으로 어떻게 된다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 목소리를 낮춘다.) 실비아가 지금까지 고생해줬으니... 특별히 비밀을 하나 말해주지. 늑대 인간의 심장을 먹으면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네. 알고 있었나? 아-주 신비한 힘이지. (음하하, 거칠게 웃으며 팔걸이에 몸을 기댄다.) 연구진들의 말로는 그리하면 같은 괴물이 된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를지도 몰라. 끔찍한 괴물이 되지 않고 영원만 손에 넣을 방법이 있을 걸세.
백작은 그를 이용해 불사의 약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말을 합니다.
펠리시아:
심장이 없어진 채로 발견된 동생의 시체, 무덤에서 사라진 사람.
...일전에 읽었던 에비게일의 수집된 신문 조각이 떠오릅니다.
심장이란 단어를 들어서 그런걸까요, 기분이 찝찝해집니다.
펠리시아:네...? 심장, 이요...? 다시 살아난다니, 그런게 가능...- (신문 조각의 내용이 지나가듯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거기 동생이 심장이 없어졌다고 했었... ... ...? 문득 아까 전에 만난 세브씨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떠올랐다. ...분명 세브씨더러, 형이라고... 했던가? ... ... ... 그리고 분명, "제대로 살아났구나." 라고, 혹시 그 사람, 세브씨의 동생...? 그렇게 생각하면 얼굴도 비슷하게 생긴 것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엄청 큰 상처였는데 낫고 있다며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말투, ...묘하게 세브씨가 떠올라. 원래 늑대인간씨는, 세브씨의 동생이었던거야...? 눈빛이 흔들린다.)
윌리엄 백작:하학! 그렇지? 놀라운 일이야. 나는 늑대 인간 같은 괴물이 되는 건 사양이지만, 불사라면 말이 다르지 않나? (게걸스럽게 와인을 들이키며 테이블의 음식을 먹어치운다.) 그 괴물은 우리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하게 되겠지... 어떤가. 완성하게 되면 실비아에게도 하나 보내주지. 자네도 이제는 나와 한배를 타지 않았나?
펠리시아:... (작은 음식 조각을 포크로 쿡- 찍었다.) ... ... ...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을 참아내려는 듯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 말 외에는 그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펠리시아가 말한 감사는 늑대 인간의 심장에 대한 정보를 말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에비게일의 책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으니 말이다. ...백작님의 말을 듣기 전이었다면 아무것도 몰랐을거야. 그 남자의 정체도, 세브씨에 대한 것도. 몰랐다면, 세브씨를 탈출시키겠다는 다짐이 이렇게 굳어졌을리도... ... 그건 아닌가. 만약 몰랐다 하더라도 나는 세브씨를 탈출시켰을 것이다. 그야 백작님에게 가면 아픈 것을 지금보다 더, 잔뜩 시킬테지. ...백작님에게 고마운 점이 또 하나 늘었다. 내일까지 시간을 준 것. 우물거리던 음식을 삼키고 싱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백작이 듣기에는 불사의 약을 준다는 말에 여러번 감사를 표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기분이 나쁘기만하여 백작이 무슨 생각인지 당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의 끝이 보인다는 건 분명 좋은 이야기겠죠.
불편한 마음을 덜 수 있으니까요.
짧고도 긴 식사가 끝나면 백작은 용건이 끝났으니 먼저 돌아가겠다며 떠납니다.
당신도 슬슬 돌아가기로 합시다.
집에 있는 광견이 신경 쓰이기도 하니까요.
...
펠리시아는 어두운 골목이 있던 거리로 다시 나옵니다.
펠리시아:
순간 무언가 밟은 것 같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나이프가 떨어져 있습니다.
펠리시아:...? 웬 나이프가...? (발을 치우고 나이프를 자세히 본다.)
남자가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은색의 나이프입니다.
은이 약점이라고 했으니 은으로 만든 나이프겠죠.
자세히 살펴보면, ‘Salvatore’ 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펠리시아:...! (아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은 칼... 조용히 줍는다.) 살바토르? ...그 사람 이름인걸까? (만약 그 사람의 이름이라면 세브씨가 분명 알 것이다. 주섬주섬 챙긴다!)
펠리시아는 나이프를 챙기고 마차가 있던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마차에 오르면 드디어 천막촌으로 돌아갑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짧은 외출인데도 시간이 꽤 지나있네요.
천막촌으로 돌아가면 해가 질 것 같습니다.
.
.
점점 해가 저물어갑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요.
불쾌한 마차의 승차감을 버텨내면, 드디어 당신의 보금자리에 도착합니다.
펠리시아:
...…?
왜 이게 여기에 있는 걸까요.
혈흔을 살펴보면, 그것은 안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펠리시아:.....? 왜 피가...? (어쩐지 불안하다. 누가 다치기라도 한건가?? 혈흔을 따라 달려가본다.)
…안으로 들어가자 묘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불안함이 온몸을 스치고 감돕니다.
지금 이곳은 안전한 건가요?
천막촌은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이 침묵이 되려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그것도 잠시, 누군가의 비명으로 그 침묵은 깨집니다.
펠리시아:
생채기가 나거나, 기절을 했을 뿐이라 숨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이들은 잘게 떨린 호흡을 힘겹게 내뱉고 있습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브 말곤 없겠죠.
왜? 어떻게?
분명 아침만 해도 얌전히 있었을 텐데. 분명 우리에 제대로 묶여놓았을 텐데!
펠리시아:(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주변을 멍하니 둘러보다가 한 명 씩 상태를 확인한다. 다행인 점은 모두가 크게 다친건 아니라는 것. 그런데 정말, 세브씨가...?) 세브씨... ... ... (뭔가,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브씨는 나랑 약속도 했고, 갑자기 이렇게 모두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다...!) 아...! (그래. 맞아, 에비게일 언니의 책, 거기서 보름달이 뜨는 날엔...! 불안감이 증폭된다. 세브씨, 세브씨를 찾아야해...! 두리번 거리며 세브를 찾는다.) 세브씨...! 어디 있어요...!!
동물 천막으로 다가가도 그는 없습니다.
그저 끊긴 사슬과 족쇄만이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보입니다. 어딘가로 이어지듯 말이죠.
...핏자국을 따라가면, 당신의 천막이 보입니다.
입구의 천은 살짝 열려 있습니다.
불안감으로 인해 손이 떨려옵니다.
이 천 너머에 분명 무언가 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거두어보면…
...
젖혔던 입구의 천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서서히 닫힙니다.
고요한 침묵이 흐릅니다.
세브는 아무 말 없이 책을 계속 읽습니다.
잠시 뒤, 책을 완전히 덮는 소리가 나고, 달처럼 빛나는 눈동자는 당신을 응시합니다.
세브:...영광이네요. 이런 걸 읽을 정도로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니. (...)
책을 들어 보이며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저것은 분명 에비게일의 스크랩북입니다.
세브는 책을 놓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나뒹굴어 진 입마개를 들고,
손으로 고정하듯 제 얼굴에 씌우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세브:...목줄이 풀린 개를 두려워하는 눈빛이네요. 아, 하하. 거룩히 여기는 감정 중 가장 비굴한 것이 공포죠. 그들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선인조차 바닥을 걷게 만들잖아요. (얼굴에서 난 상처에서 흐르는 핏물이 셔츠를 적신다. 달빛으로 보호를 망각하고 자신을 해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 탓이었다. 얼굴에 댄 입마개를 누르자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섬뜩한 소리다.) 무서워,하지. ...말아달라고 한들 닿겠나요. 그 순간과 저는 하등 달라진 게 없어요. (비소를 머금던 입가에 힘이 풀려 얼굴이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가족을 죽이고, 형제를 죽이고, 심장을 먹이처럼 입에 욱여넣어 살고. ...펠리시아의 소중한 사람들도 바닥에 내리박았어요. 다음 보름달의 밤에는 당신을 죽이게 될까요?
…해가 저물고, 이제는 어둠이 찾아옵니다.
세브의 눈처럼 달은 서늘한 빛을 내뿜으며 천막 안까지 스며듭니다.
펠리시아:(눈빛이 흔들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있을 수 없는 귀와 꼬리, ...잠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평소였다면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신기해하거나 놀랐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눈빛이 흔들린 이유 또한 이 때문이 아니었다. ...세브가 상처로 엉망이 된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여기도 저기도, 무언가에 저항하듯 온몸이 엉망이었다. 상처가 벌어지고 있는 그의 얼굴에 펠리시아의 시선이 꽂혔다.) 세, 브씨... (천천히 세브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무섭지 않아요. 그리고, 아니에요. (잠시 고개를 젓고는 조금씩 그에게 다가가 거리를 좁혔다.) 오늘이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그런 거죠? 그런데도 세브씨는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 (성한 곳이 없는 그의 상태에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려 미간을 찌푸렸다.) 한 거고요. ...그리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모두들 큰 부상 없이 기절만 시켰고요. ...세브씨 몸을 그렇게 다치게 하면서 까지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 약속을 지켜주려고, 노력하신 거네요. (욱신거림이 가시질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당신이 다치는 모습을 볼 때 이리도 가슴이 아리게 된 시점이.)
세브:...거짓말, 좀! ...그만해요. (단숨에 높아진 언성이 토하듯 터져 나왔다. 소외되어 살아가는 존재는 끊임없이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인간의 껍데기를 두르고 있는 괴물이다. 세브는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무덤의 흙을 파헤치고 나온 순간부터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했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본 자신이 불쌍하고 가여워서 펠리시아가 마음 써주는 것이다. 동료가 눈을 뜨고 괴물을 매도하면 언젠가는 군중의 편에서 비웃으리라.) 지금이야 안 무섭겠죠. 당신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니까요. 하지만 곧, 달이 한가운데를 향하면. 그래도 안 무서울까요? (억세게 나온 말이 날카롭고, 눈동자가 일렁이며 흔들린다.) 그,때는 정말... 다 죽여버릴지도 모르는데요. (애정은 곧잘 아름다운 마음으로 묘사되지만, 세브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조차 예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폭주하는 파괴 충동에 ‘네가 만나는 사람 중 내가 마지막이면 좋겠다’는 이유를 더해줄 뿐이었다. 모르겠다. 평생 그 약속 지키는 법을 알 수 없다.) 노력으로, 모든 게 증명되면. ...저는 진작 인간이 되었겠죠. 그깟 시간 좀 들인다고... 된다면, 전. (그 어린 날 축제에서 너를 보았을 때부터 우리 함께 있어야 했었다고, 중얼거렸다. 붉은 선혈 사이로 서러운 마음이 한 줄기 흐른다. 뚝뚝 떨어져 가슴이 아파왔다.)
펠리시아:(세브의 언성이 높아졌다. 다급하게 그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따라 올라간 언성을 내기는 싫었다. 그저, 그저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런데도 자신을 두렵지 않냐며 날카롭게 말하는 세브의 말을 듣는다. 진정으로 무서워하고 있는 건, 당신이면서. 폐부에 숨을 가득 채우고 채운 것을 비워내듯 내뱉었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물은 맺혀있지만 흘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세브씨. 난 세브씨에게 거짓말 한 적 없어요. 제가, 세브씨를 믿는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순간부터 세브씨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두려워하는 이를 어찌 믿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나요. ... 그리고 그 사람도 말했으니까요. 누굴 죽일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세브:(이성을 붙잡기 위해 마구잡이로 던지고 망가트렸던 펠리시아의 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중하게 다루면 오래가지만 누군가로 인해 쉽게 망가져 버리는 물건은 우리와 닮아있어서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스프링이 삐걱대는 침대에는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세브는 흐트러진 이불을 손에 힘껏 쥐었다가 끌어당겨 얼굴의 피를 벅벅 닦아냈다.) ...제가 무슨 짓을 해도 두렵지 않나요? 눈이 돌아버려서, 마을 사람들을 다 죽이더라도요. 그때에도 절 믿나요? (슬픔을 억누른 목소리로 이불을 가져와 네 손에 묻은 피도 닦아낸다. 닦으면 또 떨어지고, 닦으면 또. 눈물 떨어지는 속도는 빨라지기만 했다.) 나로 인해 세상에 버려진 기분을 느껴도... (...) 제가 나쁘지 않다고 말해줄 건가요.
펠리시아:(불안정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아 그의 팔을 잡아 부축해 그를 따라갔다. 그저 지금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가고 싶은 곳을 가기를 바랐다. 이불로 얼굴을 문지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입마개가 있으면 제대로 닦이지도 않을 테고, 상처가 벌어져 피도 계속 흐를 텐데. 느릿하게 손을 뻗어 세브의 귀에 닿았다. 어느새 익숙해진 손동작으로 쉽게 그의 입마개를 풀어냈다.) 두렵지 않아요. 세브씨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믿으니까. (느릿한 행동에 대비되는 빠른 대답이었다. 계속해서 손등에 그의 아픔이 닿는다. 그의 아픔이 닿으면 닿을수록, 나도 같이 가슴이 아려와서 참을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려선, ... 안되는데... 참으려 해도 이미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흐르고 흘러 턱 끝에서 자꾸만 떨어질 뿐이다. 손을 닦게 해 주려는 세브의 행동을 멈추려는 듯 이불을 잡고 내리도록 했다. 그리고 양팔을 벌려 당신을 안았다.)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나 두려워하고 있잖아요. 그럴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믿어요. 세브씨는 나쁜 적도, 없었으니까요. ...설령, 만약 세브씨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된다 해도 옆에 세브씨가 있어줄 거잖아요. 분명 그것만으로도 버려진 기분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예요.
세브:(신 앞에 무릎 꿇은 인간의 심정과도 같은 절실함이 느껴진다. 가질 수 없는 환상에 대한 욕구.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가 마주했다가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가기를 반복하다가 너의 양손을 힘껏 잡고 다시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민하는데 평생이 걸려도 너는 기다려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오래 걸릴걸요. 펠리시아는 버려진 기분을, 어떤 상황에서도 안 느낀다고 했지만... 전, 지금 제 감정에조차 버려진 기분이라서요. 돌아가려면, 꽤 공들여 탐구해야겠죠. (괜찮다고 대답할 걸 알면서도 선택권을 준다.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쥐어짜 낸 배려심이었다. 널 울리지 않고 웃게만 할 방법 중, 자유 이별을 제외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최악을 가정하고 거리를 벌린다.) ...펠리시아에게는 답답한 시간이 될 거예요.
펠리시아:(잡힌 양손에 세브의 힘이 실린다. 잡힌 채로 엄지 손가락으로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었다.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튀는 시선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불안해 보이는 그에게 괜찮다고만 하고 싶었다. 아직 그 어떤 말을 듣지 못했음에도. 세브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그의 말을 경청하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저를 잡은 손에 힘이 풀린 것을 눈치채고는 한 발 더 다가가 양손으로 세브의 팔을 붙잡고 펠리시아의 눈물진 뺨에 대도록 했다. 펠리시아는 세브의 손에 기대며 눈을 감고 안심이라도 시키기 위한 것처럼 어르듯 말했다.) 오래 걸려도, 괜찮아요. ...세브씨의 감정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울게요. 분명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잠시 잃어버린 것뿐이에요. 너무 길고, 긴... 외로움에 말이에요. (세브의 손바닥에 맞닿은 얼굴을 좀 더 기울였다.) 세브씨가 잃어버린 걸 찾는 시간이, 그런 기쁜 시간이, 답답할 리가 없잖아요.
펠리시아의 말을 들은 세브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납니다.
예전에는 위협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 갈구하는…
세브:(눈꺼풀도 별로 깜빡거리지 않고 너의 품에서 안정을 느꼈다. 살아가도 될까, 살아간다는 단순한 과정을 넘어서 네 옆자리에 욕심부리고 행복을 논하며 동생을 찾아가 끌어안아 주어 삶을 꾸며내도 되는 것일까. 힘껏. 네가 이어준 인생을 말미암아 웃어도 용서받을까. 너의 어깨에 계속 비벼대 엉망이 된 머리카락이 눈을 간지럽혀 눈물이 더욱 핑 돌았다.) 혼자서는 찾을... 자신이 없어요, 같이. 해줘요. 저를 버리지 말아요. ...펠리시아가 살려줬으니까 당신을 위해서 살게요. 정말로, 이제는. 네가 사라지면 다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 같아... (깊게 너의 향기를 음미하듯 숨을 쉬며 단단히 손을 잡았다. 가슴이 쥐어짜이는 기분이 드는데도 머리가 어지럽지 않았다. 감각적으로 사랑임을 꺠닫는다. 사랑받기에 마땅한 늑대가 작은 소녀에게 온 마음을 퍼부어주고자 손바닥에 입술을 누른다.) ...언젠가 믿지 않아도 괜찮아요. 미워해도 괜찮아요. ...곁에만 있어 줘요. 앞으로 어떤 슬픔이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 당신이 숨 쉬는 걸 보면 저도 살아갈 수 있어. ...끝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아마 그는 이 천막촌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당신에게 길들여졌습니다.
순종적인 광견은 주인의 품에 벗어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것은 본능이 살아있는 늑대 인간 입니다.
언젠간 당신의 목에 또다시 이빨을 들이댈지도 모릅니다.
그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내칠지. 아니면… 당하기 전에 죽일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펠리시아:(당신이 나에게 기대 오는 것이, 내가 당신을 안는 것이, 당신의 머리칼이 내 어깨에 헝클어지는 것이, 이상하게도 간질거렸다. 아려왔던 감각은 어느새 흩어져가고, 마치 마법에 빠졌던 그때처럼, 심장이 뛰었다. 이 감각을 무어라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세브씨가 마법을 부린 것이어도 좋으니 이 감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내 품에서 안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응, 같이. 제가 왜 당신을 버려요. 바보같은 사람... 그런 일은 없을 거래도. (세브가 파고들었듯이 펠리시아도 그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작게 쿡쿡 웃었다.) 세브씨를 위해 살라니까, 나를 위해 산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럼 이렇게 할까요. (천천히 머리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척 아름다웠다. 눈물진 얼굴이든, 혼란스러운 표정이든.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부끄럽지만, 저도... 세브씨 없이는 춤을 추고 살아도 어딘가에 갇힌 것처럼 자유롭다는 느낌을 못 느낄 것 같아. 그러니, 서로를 위해 살아갈까요?
.
.
세브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맞닿은 손이 이상할 만큼 아려옵니다. 그럼에도 그 손을 내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속박된 것은 세브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린 그동안 서로가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 애초에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는 것뿐입니다.
세브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높게 뜬 달을 향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잠깐 정리를 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그대로 세브는 사라지고 우리의 마지막 하루는 저물어갑니다.
…그렇게 당신은 모처럼의 휴가를 받으며 평온하게 지냅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런 일상을 말이죠.
며칠 뒤, 신문이 날라옵니다.
대도시의 어느 연구실이 괴한의 습격을 받고 불타 사라졌다는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범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당신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당신은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발견합니다.
그는 그대로 당신이 있는 곳까지 다가옵니다.
그리곤 아주 능숙하게 거리를 좁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세브:...당신의 개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일찍 왔어요. 확실하게 못했던 말이 있는데요. 지금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이마에서 시작해 콧잔등, 윗입술 그리고 입에 가볍게 입술을 맞댄 뒤에 느린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입 맞추는 거 말고, 펠리시아를요.
펠리시아:세브-...! (보고 싶었던 만큼 강하게 그를 껴안았다. 잠시 얼굴을 묻고 그의 품을 느끼다가 눈을 마주치고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 뒤에 짧게 세브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간지럽고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의 미소와 함께 들려온 말은, 이상하게도 펠리시아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이상해요. 그 말 들으니까, 심장이 엄청 뛰어...! (끔뻑이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저도 세브씨를 생각보다도 더... 좋아하고 있나 봐요~ (아직은 사랑보다는 가벼운 투다.) 그리고 전, 방금처럼 입 맞춰주는 것도 좋았어요~ (아하하, 웃으며 순수한 의미로 당신에게 말을 전했다.) 정말 좋아해요, 세브~!
주인의 품에 돌아온 늑대의 표정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습니다.
달, 나의 달.
에트르, 나의 행복이여.
세브:...야호?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펠리시아:야호~! (응! 즐겁잖아요~!)


기준치: | 35/17/7 |
굴림: | 57 |
판정결과: | 실패 |




연구를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네. 다만 그것을 관리할 곳이 달리 없더군...

(고개를 기울이며) ...? 그것이요? 어떤거요? (알아듣지 못한 펠리시아였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본다. 키가 엄청 크다...! 예상보다 큰 모습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늑대 인간이라고는 생각을 못해 그 뿐인 감상이었다. ...그런데 잠깐, 아까 백작님이 말한 그것이란게...~?) 백작님, 그것이란게 저 분이에요? (갸웃) 그런데 왜이렇게 묶여있어요?? (아직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손에 걸린 족쇄를 내밀며 애원하듯 눈썹을 내렸다.) 이걸 풀어주실 수 있나요? 전 위험하지 않아요. 손목이 아파서... 부탁이에요-...

...! 마, 많이 아파요? (아프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세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기사의 주의하라는 말이 떠올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은 그만두었다. ...여긴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우리에 가까이 간 몸을 물리지 않고 세브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 미안해요. 역시 제 마음대로 풀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족쇄가 계속 신경쓰여 계속 시선이 간다. 많이 아프려나?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시무룩-)
(그리고 무언가 떠오른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 저기, 많이 아프면 제 천막에 붕대가 있을테니 가지고 올게요! 그걸 손목에 두르고 있으면 좀 덜 아플 거에요...! (눈치를 보며) 그걸로 어떻게 안될까요~?

...아, 다른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래요? 그저 내 이야기를 듣고, 절 봐주세요. 이것만 들어준다면 펠리시아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요. (떨리는 너의 속눈썹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약속해요.

에-? 다른 부탁? (갸우뚱하며 세브의 말을 듣다가 눈을 반짝인다.) 약속...! 진짜죠? 제가 세브씨의 이야기를 듣고 봐주기만 하면, 정말 제 말을 들어줄 건가요? (마치 희망의 빛이라도 발견한 듯이 활짝 웃는다.)

꼬리도 귀도, 털도 없는데요. (네 의문을 시원하게 해소해주지도 않으면서 질문만 늘어둔다.) 불쌍한 인간이 억울하게 늑대인간 대신 잡혔을 수도...

...! 그, 그러고보니...! (세브의 머리와 허리춤, 손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무리 보아도 귀, 꼬리, 털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느, 늑대인간씨가 아닐까요?? (누구한테 묻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내뱉었다.) 저, 정말 그런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세브를 바라봤다.) 지, 진짜 억울하게 잡힌건 아니죠?? 하, 하지만 그런거라면 아까 물어봤을 때 왜 대답을...? 왜 개가 된다고?? 으으응-??? ???? (머릿속에 의문만 남았다.)

...장난이에요. 겉보이게는 인간 같죠? 자주 듣거든요. 다행이지 않나요. 겉모습까지 늑대였으면 고상한 부인의 응접실 벽걸이가 됐을 운명이잖아요. (분명히요, 하고 확신하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35/17/7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주고 싶은거 다 줬다! 싶었는데 또 다시 칼과 병이 눈에 들어온다.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속상한 얼굴로 나이프를 잡고 세브를 올려다봤다.) ...저기, 진짜 싫으면 안해도 돼요. 진짜 괜찮아요...? (나이프에 세브의 손가락 끝을 살짝 댄다. 상처는 안 날 정도로 힘을 뺐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무슨-...! (뭐라 할 틈도 없이 세브에게 잡힌 손이 그대로 나이프를 눌러버린다.) ...! !! !!! (손에 전해져오는 감각? 물론 전혀 좋지 않았다...! 섬뜩해서 무섭기도 했다. 그보다...!!) 몸 좀 소중히 하라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시는 거에요!!! (화가 나서 세계 최강 침착걸이 되었다.-...- 일단 상처가 금방 낫는 것 같으니 또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서둘러 유리병을 갖다 댔다. ...진짜 침착걸이 되었다. 피가 담겨지고 있는 유리병, 덜렁거리는 세브의 손목을 보고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아플거 아니에요. 왜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해요? (울망이는 눈동자로 수화를 바라봤다. 볼은 부풀리지 않았다. 진짜, 엄청, 화났다.) ...붕대도 다시 둘러야겠네. (중얼거린다. 화를 낼 만큼 냈더니 손이 조금 떨려왔다.)


(계속 침묵을 지키며 병을 바라보고 있는데 세브의 이야기가 신경쓰였다. 세브를 올려다보았다.) ... ... ...어릴 적인데도 이렇게나 크게 다친 적이 있다고요? 지금 거의 잘리기 직전인데요...? (동공이 흔들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준치: | 10/5/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세브가 말하는대로 머릿속에선 멋대로 상상을 시작했다. 선혈 빛으로 물든 세상, 사람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세브가 느낀 고통까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다.) ...하나도 재미있지 않잖아요. ...그리고 그때는 아픔을 느꼈다는 뜻이고요. 지금이라고 통증이 안 느껴지진 않을 것 같은데... (다시 세브의 손목을 본다. 잠시간 침묵했다가 올곧은 눈으로 세브와 시선을 마주했다.) 나보고 거짓말하지 말라면서 세브씨가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지금 손목, 안 아픈거 맞아요?

(거짓말에 당연하게 걸려들 줄 알았다. 생각보다 선하고, 예상보다 굳센 사람이다. 말을 고르느라 뜸 들이는 동안 뒤늦게 다친 손목이 신경쓰여 몸을 뒤로 물렀다.) 감각은 있어요. (...) 불편한 느낌은 드네요. 엄살 피울 정도로 심한 상처는 아니라 안 아프다고 말했어요. ....눈 감았다가 뜨면 나을 거예요. (이도 안타깝게도 거짓말이다.) 이런 고루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당신이 처음이네요. 걱정해주는 것도 당신이 처음이고. 신전에 가면 사랑받을 사람이군요. (동요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아냥거렸다. 밝은 빛은, 어색하여.)

(거의 다 채워져가는 병을 바라본다. 그런데도 세브의 손목에서 피가 멈출 생각을 안한다.) 이것봐요...! 병도 이렇게 다 채울 생각은 없었는데- (퍼뜩! 세브를 올려다본다.) 아-! 어지럽거나 그러진 않아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안절부절하며 손목을 바라본다.) 지, 지혈이라도 해야하는게...!

...아프네요. 치료 좀 해주실래요? (좁은 우리에서 언제까지고 기싸움을 하는 것도 별로다. 네 눈이 동요하는 것도 싫었다.)

(아프다는 말에 굳었던 표정이 더 풀어졌다.) 아, 응...! 알겠어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곤 능숙하게 붕대를- ... 붕대를 쓸까 하다가 그러다간 나중에 세브의 손목에 두를 붕대가 부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자신을 내려다보곤 땅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칼을 집고 망설임없이 치맛자락을 찢는다. 펠리시아의 발목까지 내려오던 치마가 무릎 위까지 길이가 짧아졌다. 그리곤 세브의 손목을 천으로 단단히 두르고 고정해 지혈하도록 했다.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세브를 바라봤다.) 이걸로 됐네요...! ... 저- (머뭇) 혹시 그 정도 상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요? (반응하진 않았지만 눈을 감았다 뜨면 괜찮아 질거라는 세브의 말을 기억했다.) 정말 내일이면 괜찮아져요??



기준치: | 40/20/8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갸웃)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요~? 곧잘 들리긴 하지만... 그래봤자 부엉이씨 소리만 들렸던 것 같은데! 세브씨 귀가 엄청 좋나봐요! 부엉이씨 소리가 많이 컸어요~?
더러운 고기냄새요?? (반대쪽으로 갸우뚱, 자루에 시선을 둔 세브를 보고 깨달았다.) 아-! 그러고보니 이거 주려고 왔었지 참! 세브씨 오늘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허리에 양손을 올리곤 볼을 부풀렸다.) 주워왔다뇨! 헨리가 세브씨 먹으라고 열심히 준비해준 걸텐데! (곧 눈을 깜빡였다.) 으음- 그러고보니 자루 안은 확인 안 했네요. 뭐가 들어있지~? (자루를 한 번 열어본다.)



(그리고 자루를 잠시 바라보다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자루안의 고기를 집는다. 물컹- 하는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진다. 흐아아- 감촉이 이상해~!~! 질퍽한 고깃 덩어리를 세브의 입가 쪽으로 가져다 댔다.) 자, 자, 자, 자, 자, 여, 여, 여기 있- 어요...! (침착하려고 애쓰지만 손이 조금 떨렸다.)






(질끈 감긴 눈이 파르르 떨리며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건... 세브가 소매 끝을 물고 내리는 모습, 덕분에 자연스럽게 소매가 걷어진다. 펠리시아의 하얀 살결이 그대로 노출된다.) 으, 으에-?? 거, 거기까지 피가 흘렀을리가 어, 없잖아요...~!!

(크게 한 입 베어물 듯 살을 머금자, 네 얼굴이 더욱 볼만해졌다.) ...당신을 보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에-...? (날카로운 소리에 흠칫 놀라 크게 뜬 눈으로 세브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의 동물들을 하나씩 읊는 듯한 세브의 말에 펠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며 원숭이, 개, 뱀을 순서대로 바라봤다. 그렇게 생각하니 얼굴이 더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요...! 놀리는 거죠...~!
힉-...! 히으... (세브의 입술에 따라 팔뚝의 형태가 움직여지자 펠리시아는 움찔 떨었다. 크게 떠진 눈은 쉴 새 없이 흔들렸고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간지러운 것 같으면서... 소름 돋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세브의 마지막 말에 동공은 더 흔들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다, 다들 자고 있을 거라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역시 세브의 말이 신경쓰였는지 자유로운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있다.)

...하하, 펠리시아. 핏물이 팔에만 묻진 않았네요. 거기도 묻었어요. (마침내 얼굴을 떨어트린 세브가 너를 내려다보았다. 꾸욱 눌러 다문 입술을 응시하며 비릿하게 웃는다.) 닦아줄까요? 원하면 말로 해봐.

그, 그만... 해요...! 응-... (...원망스러움과 별개로 몸의 떨림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끊어질 생각 없이 여린 살에 세브의 입이 맞춰지면서 핥아지고, 물리고 있다. 점점 삼켜지는 듯한, 아니... 이대로는 우리에 끌려 들어가 잡아먹힐 것 같은 감각까지 느껴졌다. 작게 속삭이는 세브의 말에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들뜬 열은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눈가가 촉촉해지다 못해 울망거려지기 까지 했다.)
(드디어 입술이 떨어지고 겨우 숨을 내뱉었다.) ...거기? (펠리시아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몸을 내려보려다 그만두었다. 고기를 잡은건 오른팔 뿐, 그렇다면...!) 거, 거짓말 하지마요...! 다른 곳에 묻었을 리 없잖아요! 돼, 됐어요~!! 놔달라고 해도 안놔주고...! 뭐, 뭐였던 거에요! 엄청, 엄청...! 이상, 했단 말이에요. (고개를 푹 숙이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빨리 놓으라며 손을 잡아당겼다.)

...더는 뭐 안 할게요. 대신 움직이지 마세요. 알아서, 할. ...테니까. (열기가 찬 숨을 뱉고 어깨를 천천히 들썩이며 진정한다. 네 허리를 끌어안고 당장이라도 아랫도리를 들이밀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네 눈가에 맺힌 눈물에 입 맞추면서.) 움직이면 다음은 저도 몰라요. (...) 다른 이야기 좀 해볼래요? 당신 좋아하는 거나, 추억이나...

차, 착하게 있어준다면- 다행이지만요. 응... 미, 믿, 믿을- 게요. (정말 더는 움직임이 없어보이는 세브를 보고 천천히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그러니까...~ 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던 거에요...~? (이해가 되지 않았던 세브의 행동에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하는 펠리시아였다. 고기의 향에 취해 잠시 정신없이 남은 손에 남은 피까지 핥은, 거라던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난 먹을게 아니니까, 먹으면 안돼요.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 세브씨, 혹시 주머니에 뭐 있어요? 허벅지에 뭔가, 닿는 것 같아서...?
(알아서 한다고...? 뭘...? 이해하진 못했지만 세브가 숨을 고르는 듯 한 모습이나, 움직이면 다음은 모른다는 말에 더는 물어보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묻지 못하고 조용히 끄덕일 뿐이었다. 세브가 눈에 입맞춤을 해오자 눈이 감기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아-, 응...
다른 이야기요...? 음-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보다 다시 세브를 바라봤다.) 저, 춤추는 걸 좋아해요. 춤을 추면 자유로운 느낌도 들고, 내가 춤을 추는 걸 보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본 동작으로 팔을 움직여볼까 하다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 세브의 말이 떠올라 그만뒀다.) 그리고- 저 무희로서는 실비아라고 불리는데요. 절 거둬주신 분이 붙여주셨어요. 절 숲에서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안나지만요. 실비아라는 이름이 숲과 관련이 있다나봐요- 그래서 실비아라고 붙여줬고, 본명인 펠리시아는~ 행복, 행운을 뜻한다네요. 이름 그대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붙여주셨어요. 전 그래서 제 이름이 엄청 마음에 들어요. 너무 예쁜 뜻으로 붙여주셔서요~ (펠리시아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져갔다. 그래서 어느 순간 긴장이 풀리기 시작해 규칙적인 고동, 호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숲에서 찾은 행복 혹은 행운인가요? 좋은 이름이네요. 펠리시아는 긍정적인 사람처럼 보였으니, 어울려요. (빙긋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비열한 인간’이라고 낙인찍었다. 필리시아가 아니라, 널 거둬준 인간을 향한 평가다. 자신이 숲에서 찾아낸 보물이라고 세상에 자랑하듯 붙여둔 이름이 비위에 거슬려 아니꼬웠다.-물론, 펠리시아의 은사는 세브가 예상한 만큼 더러운 속내를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잘 키운 행복을 자랑으로 삼고 싶은 거겠지.) 저도.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잇새로 짐승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름 하나 지어드려도 될까요? 펠리시아는 행복을 사랑하니까... 에트르가 좋겠네요. E-T-R, 에 마지막도 E에요. 나중에 쓰세요. (기회가 된다면, 덧붙인다.) ... (...거칠었던 숨소리는 네 안정을 따라 점점 잦아든다.) 그러고보니, 제 혈액. 잘 사용했나요?

(저도- 라고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기울이며 그가 이어서 이야기하길 기다린다. 그리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점점 빛나는가 싶더니 활짝 웃는다.) 에트르! E-T-R-E, 말이죠~? 네! 꼭 기억해 둘게요~! 이것도 행복이라는 뜻인가요? (기대되는 눈빛으로 세브를 바라봤다.) 예쁜 이름이네요~ 꼭, 쓰고 싶기는 한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럼 세브씨가 불러주면 되잖아요~! (아하하-) 세브씨가 붙여준 이름이니 세브씨가 불러주면 기쁘겠는걸요?
(아차차!) 헉!! 지금 몇 시지?? 10시쯤에 온다고 했었는데...! 어서 가야겠네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에 떨어져있는 입마개를 잠시 바라봤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도 별일 없었는데-본인만 모르는-, 정말 입마개를 해야 할까? 풀어줄 땐 쉬웠으나 다시 채우려고 할 때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입마개를 줍지도 못하고 그저 쭈뼛거리며 세브를 바라봤다. 하지만 사람을 죽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던 세브의 말이 기억에 박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이 천막엔, 나만 있는게 아니니까... 결국 천천히 입마개를 줍고 세브에게 다가갔다. 펠리시아는 처음 족쇄를 풀어주지 못했을 때보다 더 속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안해요. 불편할텐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서둘러 몸으로 약상자를 가리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가렸다고 하더라고 가느다란 다리에 그게 가져졌겠냐만은. 약에 대한 건, 조금만... 조금만 늦게 말하자.) 지금도 이른 아침이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일찍 일어나셨나 봐요~ 잠은 잘 자고 있는 건 맞죠??
그럼요, 어제부터 계속 오래 대화해서 그런 걸까요? ... 아침에 (속상해서) 세브씨 생각이 나긴 했어요~! (순수한 의미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어제 밤 일은 금새 잊어버린 것 같다.) 그야 세브씨가 자꾸 몸을 소중히 안 하니까 그렇죠! 그리고-...! 아-... (자꾸 당신을 다치게 하려는 사람이 있어서 화가 난다는 말을 할 뻔했다. 지금 당장은 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도.) 아-무트은...~ 그렇다고요!

그래서 그건 뭐죠? (약상자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제 피로는 만족하지 못하셨나. 아니면 쓸모없어서 다른 걸 얻으러 오셨나. 뭐어-, 상관없어요. 펠리시아가 원한다는데 뭐든 못 내어주겠나요. 이번에는 팔다리를 자르지 않도록 조심해볼게요.

앗-! (들켰다! 라는 생각이 다 보이는 듯한 표정으로 안절부절한다. 으으...~ 지금 바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 그, 그게- ... 아니, 뭐라고요...! 그 자른다는 소리 좀 그만해요!! 이번엔 그런게 아니라~!! 아-...! (눈빛이 흔들리며 행동이 굳었다. ...이대로는 꼼짝 없이 설명해야 하는 꼴이 되지 않았는가.) ...그런게 아니라, 백작님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이번엔 그- 이, ...독, 약을... ... ... 세브에게 먹여보고, ... (입술을 물고는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버티는지, 보...래요... (겨우겨우 말했다. 목이 자꾸만 메여와 말을 끝까지 내뱉는게 힘들었다. ...그런데도 다 뱉어내고 말았다. 결국...)

독인가요. 제게 그런 걸 먹이려고 하다니 당신은 위인은 못 되는군요. 괜찮아요-. (사슬을 끌며 다가가 약상자에서 약병을 하나 꺼내들어, 네게 건넸다.) 하지만 손도 불편하고, 얼굴도 이런 꼴이니 펠리시아가 먹여주면 좋겠네요. (하기 싫다고 울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시련에 다가오고 사람이란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히려 벌벌 떨며 제게 독약을 먹이는 모습이 보고싶어졌다.) 버틸게요, 죽을 것 같으면 말할 거고... 음. 쓰러지지 않을 거라 약속하죠. (편안하게 주저앉으며 입을 벌려낸다. 쩌-억, 하고 타액 늘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섬뜩하게 울렸다.)

(약병을 건네는 세브를 보고 또 다시 안색이 창백해진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으로 독약을 받아들였다. 곧 미간을 찌푸렸다.) ...세브씨는 왜 싫다는 말 한 마디를 안 하시나요. 어제 피를 담아갈 때도, ...독약을 마셔야하는 지금도- 오히려 괜찮다며, 더 심하게 스스로를 해하곤 해요. (...) 가끔은 나보다 더 바보같아. 알아요? (일부러 답지 않게 나쁜 말을 골라서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브씨가 조금, ...아아아주 조금, 밉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마개를 풀어줄까 했지만, ... 그만두었다. 입마개를 한 상태로 마시면서 차라리 내용물이 전부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아픈걸 버티지 마요. 그냥 못하겠으면 말해줘요. 절대 쓰러지지도 말고요. ...쓰러지면 정말 용서 안 할 거에요...! ...그러니까 꼭, 말해줘요.
(잘게 떨리던 병을 든 손이 벌어진 세브의 입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떨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차오른 눈물을 꾹 참고 병을 기울였다. 미안해요- 떨리는 여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 ...영리하게 구는 짐승은 미움받기가 쉽거든요. 펠리시아는 반대의 사람인 것 같지만, 이렇게 배우고 자라서 고쳐지지 않네요. (눈을 감고 네 얼굴을 외면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자학심이 절정이 맞이할 듯하여. 안 쓰러져요, 버틸게요. ...설마 당신을 앞에 두고 정신을 잃어버릴까, 같은 말을 덧붙였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신, 이요...? (갑자기 신을 운운하는 세브를 보며 그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가만히 듣는다. ...손목을 잡고 놓아주느 세브의 손길이 어딘가 애처로워 보였다. 자신의 손목을 흘긋 바라보다가 다시 세브에게 시선을 맞추곤 다시 그의 말에 집중한다.)
...저도 몰라요. 신님이 어디까지 용서해주시는지. 성당에 다녀온 적은 없으니까요. 다만, 무엇이든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면 용서해준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 ... ... (말없이 세브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세브씨는 용서를 받고 싶은 건가요?
...그래서는 너무 외롭잖아요. 아무도 믿지 않으면, 세브씨는 계속 혼자인 거잖아요. (계속해서 세브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손을 천천히 볼을 타고 내려와 그의 뺨과 입마개를 동시에 쓰다듬었다.) ...역시 세브씨는 피해자가 맞아요. 분명 세브씨에게 그 누구도 목숨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지 않은 거죠? ...그리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은거죠? 믿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어찌 누군가를 믿을 수 있겠나요.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뱉었다.) 물론, 누군가를 죽였다는건 무척이나 잘못된 행동이에요. 아무리 저라도, 세브씨가 죽인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용서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다시 눈을 뜨고 세브와 눈을 시선을 맞췄다.) 저와는 약속을 했잖아요. 제가 세브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얌전히 있겠다고요. 맞죠?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세브씨의 약속을 믿을게요, 세브씨를 믿을게요. 그러니 세브씨도 앞으로는 누구도 상처 입히지 말고, 자신을 상처 입히지 말고... 스스로에게 갇힌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를 믿고 살아가면 안될까요?
(세브의 입마개를 풀었다. 그의 입가에 흘린 독을 닦아주기 위해서.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물기를 닦아냈다.) 그리고 매일, 저와 함께 애도해요. 그동안 세브씨가 죽인 사람들을 향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요. 저도 옆에서 같이 용서를 구할게요.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려면 세브씨가 잊은 사람들 모두 열심히 기억하셔야겠네요. 그들에게도 용서를 구해야하니까요. (그리 말하며 천천히 양팔을 뻗어 그를 안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네요. 중얼거리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 오랜 외로움에 지쳤을 당신을 위로하고자 한 행동이었다.)

신이라면 그 아이를 대신해서 용서해 줄까 했죠. ...기도하고,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 구원받기에도 자격이 필요한 모양이지만요. (너의 어깨에 기댄 채로 숨 고르며, 약상자로 눈동자를 굴렸다.) ...당신이 고해하면 신이 들어줄까요?
... ...가능해지면 당신이 제 신이 되겠군요. 펠리시아가 안배한 길 위를 걸으며 은총받는다 착각하면서요. 하, ...하하.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에요. (만물을 사랑하는 너에게 기억 하나 새겨두고 위안을 얻는 건 생각보다 비참했다. 삿된 웃음소리가 천막을 음산하게 채우고, 세브는 이어서 이야기를 꺼내려다가 너를 뒤로 밀어냈다.) ...뭐 하나요. 다시 일해야지. (쌓인 약병을 바라본다.) 다음 이야기는 먹이고 물어보세요. 술이 없으니 이딴 거에라도 의지해야죠.

(그의 암울한 웃음소리에 눈빛이 흔들렸다. 위로가 되었으면 한 말이, 어쩐지 당신에겐 상처가 된 것 같아서. 세브가 뒤로 밀어내자 힘없이 물러나졌다. 약병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펠리시아도 약병을 향해 눈을 돌렸다.) ...술이라니, ... ... ... 아직, 괜찮아요? 불편한 곳은 없고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머뭇거리다 약병을 하나 집었다. ...믿겠다는 사람에게 독을 건넨다니. ...정말 바보같아.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잔뜩 속상해하던 펠리시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약병을 들고 세브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 두 번째인데도 약병을 든 떨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천천히 그의 입에 병을 기울였다.) ...미안, 해요. (그녀의 사과도 계속되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당신을 만난 적이 있어요.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어요. (기침 섞인 말은 길고 느릿하며, 발음이 불분명하게 뭉개졌다. 평소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세브의 얼굴에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축제가 열린 날이었죠... 제 몸에서는 피비린내가 나는데, 사람들은 왁자지껄 신이 나 있더군요. 그리고 당신을 봤,어.


우, 우리 이야기요? (눈을 크게 뜨고 깜빡!) 네?? 만난 적이요? (확실하게 상태가 나빠지는 세브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 그만 말해요...! 기침 하잖아요!! (하지만 말은 끊기지 않았고 자신을 봤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말하지 말라니-, ... ... ...네? (봤어?? 언제??? 축제???? 그런 생각을 하며 바라보는데 잡히는 느낌과 함께 가까워졌다. 펠리시아는 세브의 갑작스런 태도 전환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놀라버린다.) 세, 세브씨...??
네...? ?? 그게 무슨? 세, 세브씨?? (깜빡깜빡깜빡 당황한 마음을 대변하듯 눈이 빠르게 깜빡인다.) 괴, 괴물이라니! 우린 괴물이 아니-! 그, 근데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기준치: | 59/29/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세브의 손에 힘이 풀린 틈을 타 빠르게 세번째 병을 낚아챘다! 지금도 이렇게 힘도 못쓰면서 왜 이걸 더 마시려는거야...!) ...? 여기로 왔다고요...? ?? (아까부터 이해되지 않는 말만 들려온다. 날 보기 위해 노력? 빼앗겨?? 만나고 싶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용서에 집착하듯 되풀이하는 세브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봤다. 물론, 놀라기야 했다만 ... ... ...)
(그런데 세브의 말이 계속 되풀이 되는 걸 한 8번쯤 들었을까, 펠리시아는 곧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세브씨. 이상하네요~, 저 분명 말했죠?? (손목을 잡은 세브의 손에 힘이 빠진게 느껴졌다. ...독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또 울컥해진다. 이 상태로 더 마시려고 했다 이거지...~??? 양손을 짝! 세브의 양볼을 꾹- 눌렀다!) 제가! 세브씨를! 믿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세브씨도 나를 믿어 달라고! 했! 잖! 아! 요! 거기에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옆에 있겠다는 말엔 오히려 밀어내듯이 굴더니!!! 지금 또 뭐라는 거에욧-!!!!! (세브의 양볼을 더 힘주어 꾹- 눌렀다!!) 인간의 용서는! 안 받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 나도!!! 인간이거든요~?!?! 세브씨-!!! 바보~~~!!!

... (초점 나간 눈으로 펠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강직하게 애정을 전하는 모습이 머리로 흘러들어와 속이 울렁거렸다.) ...당신에게마저 버려지면 지옥에 떨어질까요? (차라리 그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며.) 모르,겠어요. ...저는 당신을 믿어요. 맹목적으로. ... (...) 아까 쓰러질 것 같으면 말하라고 했죠. 머리가, 뽑힐 것 같아요. 제게서, 멀어, ...지는 게 낫겠어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안 버려! 안 버려!! 안 버린다고요! (눈을 뜨고 화내느라 빨라진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니까 제발...- 그런 말 좀 하지마요... (세브를 잡은 손이 떨렸다.) 자꾸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말하지 말란 말이에요. (맹목적이라는 말에 눈빛이 흔들리며 그를 바라봤다.) 세브씨...
(그의 맹목적인 고백(...)을 받은 것도 잠시 통증을 호소하는 세브를 보곤 화들짝 놀라 안절부절했다.) 아, 아니...! 그걸 왜- 이제...! 제가 빨리 말하라고 했잖아요...! (두리번 거리며 저번에 세브에게 준 인형과 담요를 찾아 바닥에 둔 뒤 세브를 눕힌다.) 일단 누워요...! 눈도 좀 감고요! (그리고 세브의 족쇄도 풀어줬다. 최대한 그가 편히 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믿는다고 했으니 세브가 누군가를 해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세브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찼다.) ...빨리 나아요. (작게 중얼거리며 그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35/17/7 |
굴림: | 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 편지? ... (받기 망설여진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항상 세브씨를 상처입혀야 했으니까. 머뭇거리다가 거짓말하라는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랬다가 나쁜 백작님이 세브씨한테 책임 물으면 곤란해...~!! 고개를 젓는다.) 으응- 괜찮아. ...읽어볼게. (힘없이 미소지는다.) 편지는? 언니한테 있어?



기준치: | 50/25/10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35/17/7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져온 식사를 잠시 내려 놓고 세브의 입마개부터 풀어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무서울 리가 없잖아요! 기억 안나요? 제가 분명 세브씨 믿겠다고 했잖아요. ...저도 제가 왜 쓰러진지 모르겠어요. 저 쓰러진 뒤에 세브씨는 괜찮았어요? 독 때문에 힘들어하셨잖아요...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마지막 말에 눈빛이 흔들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용건, 이라니...! ...매일 찾아와 달라고 했던건 세브씨-...! (...) ...저기, 혹시 제가 오지 않아서 화났어요? (세브씨의 입장으로는 갑자기 쓰러지고 나서 내가 이틀간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갑자기 발길이 끊겨 서운하게 만든걸까...?) 그, 미안해요. 눈을 뜨니 이미 이틀이 지나버려서... 세브씨와의 약속, 못지켰어요. (풀이 잔뜩 죽은 채 말했다.) 이틀간 밥 안먹겠다고 하셨다면서요... 왜 그러셨어요...? 밥 못 먹을 정도로 많이 아팠던 거에요? (걱정이 되어 세브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그럴 수도 있죠. 약속이었지, 계약이 아니었잖아요. 드문드문...-, 기억에 남을 정도로만 와주면 상관없어요. (시선을 계속해서 네게 머물지 않는다. 음식을 챙겨온 것도 알았지만 세브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은 바닥이었다.) ...아-, 고집부리는 건 아니에요. 이유가 있어요. (이유가 있다고는 하는데 설명도 없어 불친절하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우리의 천막에서는 숨소리조차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펠리시아가 먹으라고 부탁해도 먹긴 힘들겠어요. ...하하, 그리고. (그제서야 천천히 비소 짓는다.) 밥을 먹여주다가 그런 꼴을 당했으면서 제게 밥 먹여줄 마음이 드나요?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입술에 피를 묻혀줄 생각인가.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지키기로 한 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지킬 거에요! (시선이 바닥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세브를 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이유요? (더 설명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유를 설명해주진 않았다. 침묵이 도는 동안 답이 올 때 동안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 대체 왜...- (왜 먹지 않느냐고 물어보려는데 비소를 지으며 말하는 세브를 보고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했다가 순간 손가락, 팔뚝이 물렸던 장면과 감각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뭇, 무,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이, 이번엔 제대로 수저도 있고...! 아무데도 안 묻힐 거거든요...!! 그, 그, 그리고 입술에 왜 묻혀요! 이, 이상한 말 하지 말고 얼른 드세요...! 이틀간 아무것도 안 먹었다면서요...!

펠리시아도 나름 즐기지 않았나요. 반응은 보기 좋던데요. 얼굴도 예쁘게 물들고... (한 손가락으로 너의 턱을 들어 올렸다. 볼살을 타고 흘러내리는 옆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아래로, 그리고 가슴 부근에 떨어진다. 네 딴에는 예의를 차리겠다고 무릎을 굽혀 앉은 것이겠으나 세브의 눈에는 괜스레 몸선만 강조되어 보였다. 미쳤지, 배곯은 짐승이 아랫도리 간수도 못 하게 생겼어.) 그때를 잊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찾아왔네요. 역시 기대했나. (짓궂게 웃는다.) ... ...밥은 됐고, 불쌍해 보이면 펠리시아의 피나 좀 먹여줄래요? (농조.) 인간의 피를 탐하는 괴물도 있다잖아요. 그쪽 연기도 해볼까 싶어서.

즈, 즐, 즐기다니...! 그런거 아니거든요...! 그때 느낌이 얼마나...! (끄응... 하며 말을 멈췄다 뭐라고 해야해...!) 이상했는지 아세요...! (세브의 손가락에 턱이 조금 들어올려졌다. 방금의 대화로 조금 부끄러워져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잠깐... 내가 왜 피하고 있지??? 하면서 의식적으로 세브와 시선을 마주친다.) ...! 기, 기대라니! (짓궂은 웃음에 귀까지 불그스름해지고 마주치고 있는 시선까지 흔들린다.) 아니거든요...!! 세브씨가 말하기 전까지 완전 잊고 있었거든요...!!!
(묘한 간질거림에서 벗어나고자 턱을 받치고 있는 세브의 손을 잡았다.) 노, 놀리지 말아요! 그런 걸로 배가 찰 리가 없잖아요...! (이상한 데에서 딴지를 건다.) 난 먹을게 아니라고요! (볼도 부풀렸다.)

정성껏 기른 장식용 꽃이 꺾이는 순간은 즐겁잖아요, 꺾어진 꽃이 시들어가는 시간도 좋고... ...아하하. 펠리시아는 꽃일까요. 아니면 아무리 꺾어도 다시 자라나는 새순일까요. (웃음기를 머금은 세브의 눈에 보인 펠리시아는 너무나도 작은 소녀였으므로, 설령 빛을 품는다 하더라도 곧 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망가지지 않는 사람. 어떤 선을 넘어야 망가질까. 당황하여 붉게 물든 귓바퀴를 다른 손으로 장난스럽게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조금 더 잊지 못하게 해드릴까요. 제 생각에, 당신은 경각심이 필요해요. (작은 떨림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이윽고 너의 두 손을 한손으로 쥐어 잡고 위로 올려버린 뒤, 허공에 덩그러니 고정된 팔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꼭 벌세워둔 것 같네요. (고개를 숙이자 숨결도 그만큼 선명해져, 입가에 닿는 얕은 숨이 피부를 간지럽힌다.)
삐진 모습도 딱 벌 받는 어린애 보는 기분이고요. 아가씨라고 불러드릴까요? (너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다가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지분거렸다. 힘없이 눌려 하얗게 번졌다가 도로 붉게 돌아오는 살덩이를 즐겁게 바라본다.) 꼬마 아가씨, 지금 나가면 봐줄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하나도 안 즐겁거든요...! 정성껏 길렀으면 소중히 해야죠...! (귓바퀴가 눌리자 조금 움찔했다. 우으- 또야, 세브씨가 손댄건 귀인데 다른 곳에서 오싹함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에? 경각심?? (무어라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양손을 잡혀 팔이 번쩍 들렸다.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자세가 되어 당황한다. 눈을 크게 뜨고 연신 깜빡였다.) ?, ??? 이게, 무슨 짓- (그를 노려보려다 간지럽히는 듯한 따뜻한 숨결에 움찔했다.) 읏...! ....우으.
(잡힌 손에서 풀려나려 하며 손목을 비틀어도 보고 움직이려고도 해본다.) ...지금 힘 세다고 자랑 하는 거에요? 굳이 이렇게 안 잡아도 세브씨 힘 센 거 알겠거든요...! 진짜 어린애 같은 사람이 누군데! (볼을 부풀리려다 아가씨라고 부른다는 말에 그만 두었다. 입술이 눌려짐에 분위기가 묘하다고 느꼈지만, 그것보단 세브의 상태가 더 궁금했다.) ...누가 꼬마 아가씨라는 거에요. 엄연히 성인이거든요! (그래서 덜 흔들리고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이대로 고집을 꺾지 않고 세브를 가만히 바라볼까 생각했지만... 버둥대는 것을 멈추고 그저 올려다봤다.) ...진짜, 말 안해줄거에요? ...그렇게 귀찮아요? 길어도 듣고 싶은데, ...혹시 귀찮은게 아니라 말하기 싫은 거에요? ...그럼 그렇다고 해줘요. 그런 거라면 더 안 물을게요.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들을 만큼 나쁜 사람 아니에요, 저. ...물론 엄청 궁금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걱정되서 궁금한거니까요. 안 먹던 사람도 아니고, 먹었다가 안 먹는다니까... (살짝 고개를 떨구며 바닥에 있는 음식을 바라봤다.)

하지만-... 경각심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전부터 생각했어요. (양손을 잡았던 손에서 힘을 뺀 뒤, 다정하게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한동안 여기 안 와줬으면 싶기도 하고. (...) 나쁜 사람은 제가 되어야겠네.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상대를 집어삼킬 듯 서슬 퍼렇게 빛났지만, 행동은 느긋하게 순서를 밟아나갔다. 성대한 만찬을 앞에 두고 와인을 음미하는 귀족의 허풍처럼 펠리시아를 천천히 녹여낸다. 이내 손가락의 마찰열로 인해 붉어진 입술에 세브의 입술이 내려앉고, 입을 천천히 벌려 머금었다. 진득하게 늘어지는 타액의 소리가 겹치기 시작했다.) ...우리 꼬마 아가씨, 입 벌리는 법은 알죠? (잠시 얼굴을 거둔다. 네 입술이 꽈악 다물어진 탓에 파고들지도 못하고 잇새만 깔짝거리던 세브는 결국 한마디 했다.) 벌리기만 하면 돼요. 옳지, 잘하네요. ...그대로 벌리고 있어요. 물 받아마신다고 생각하고요. (엉켜 들어간 혀가 너의 여린 살을 훑어내렸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은 혀뿌리가 닿자, 세브는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없구나, 다른 사내랑 붙어먹은 적. ...한심하리만큼 만족스럽다.) 숨. 부족하면 등 때려요. (...) ...펠리시아가 나를 좀, 멀리하라고. ...이러는 거니까.
거리둬주고, 미워하지는 말고. (힘을 좀 풀어보라는 의미로 너의 가느다란 허리 옆을 잡고 눌러 문지르고는 귓가에 중얼거렸다. 나를 그만 좀 발정나게 하고.)

...? 네? (아까도 경각심이라더니, 내 양손을 잡고 못 움직이게 하면서 그저 힘의 차이를 인식시켜서 겁주려고 그랬던건가?-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다.-) ...알고 있다고요. 세브씨가 힘 세다는거, 그러니까- 응? (손을 잡았던 힘이 풀리자 이상함을 느꼈다. ...그야, 경각심을 알려주려면 잡고 못 움직이게 하려는 걸 테니까? 근데? 날 못 움직이게 하려는 손은 더 없고?? 으응...???? 혼란스러워하며 세브를 깜빡이며 바라보고 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할지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러니, 그렇다. 펠리시아 입장에선 그가 가만히 입술을 쓰다듬더니, 자신의 입을 막았, 다...?)
읍-...?!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 이, 이상하잖아! 왜 갑자기 입을 막? 는???? 혼란스러운 펠리시아를 기다려 줄 생각이 없는 듯 뜨겁고 말캉한 것은 펠리시아의 윗 입술과 아랫 입술, 그리고 그 사이를 죽 더듬어댔다. 입술에 닿는 이상한 감각에 눈은 크게 떠졌고 애매하게 놓여있던 팔은 긴장한 듯 공손히 가슴쪽으로 모은 채 굳었다.)
(쪽- 소리가 나며 떨어지자 눈빛이 흔들렸다. 무, 뭇, 무슨일이 일어났던 거지 방금...? 너무 놀라 화낼 타이밍도 놓쳤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세브의 한마디를 따라 천천히 움직일 뿐이었다.) 흐, 흐에...? 받아 마셔...??? 뭘...???? (사실 그냥 너무 놀라 입이 벌어진거다.) 세ㅂ- 흐웁-...! (다시 닿은 입술, 아니... 혀? 지, 지금... 내 입에... 세브씨의 혀가??? 들어와 있는?? 에엑...??? 순식간에 들어온 혀는 펠리시아의 입 안을 살피듯 신속하게도 움직였다. 볼 안쪽과, 입술의 안쪽, 입천장 곳곳을 누비며 질척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혀와 혀가 엉켜들 때마다 등골에서 오싹한 감각을 나타나게 했다.) 흐웃...?! 읍...! (어깨가 자꾸만 떨려왔다. 펠리시아의 혀는 제가 그 입의 주인임에도 자리를 잃은 듯 굳어있었다. 경직되어 저려오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잠시 입술이 떨어진 틈에 호흡을 했다. ...이상해. 뭔가,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그, 그게... 잠, 시만...? 세브씨??? 그게 무슨 말...?? 왜 그러는?? 하으?! (허리를 꾹 눌러 문지르자 공손히 모았던 손이 드디어 떨어지고 뭐라도 붙잡듯 세브의 옷자락을 쥐었다. 마지막 중얼거림에 얼굴과 귀가 점차 발갛게 되었다. ...동물씨들을 키우는 언니들에게 가끔 들었던 말, 그, 그러니까... 세,브씨가, 흥, 흥분...?? 아...????)

...다른 거 신경쓸 필요 없어요. 제가 하는대로 따라오면...-, 펠리시아는 언제나 예쁘니까... 네가, 숨만 쉬어도. ...그거로 배불릴 수 있어. (동그랗게 뜬 눈동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 그러면서도 자신을 놓지 않는 손을 사랑스럽게 여기며 웃었다. 이보다 예쁜 것을 찾으라면 세상에 없다. 만일 있노라면 그것은 신의 실수로 잘못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입맞췄다고 신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다니, 미친 게 틀림없었다.)
...하. (무슨 뜻인지 알았나보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잘근잘근 씹어내고픈 충동을 참으며 변화를 눈에 빠짐없이 담았다.) 알아차렸어요? ...참 단순하고 알기 쉬운 변화잖아요. 저로서는, 들키는 기분이라 별로지만요. 좀 진정됐어요? 그러면-... (다시금 두 입술이 포개어지고 축축하게 젖은 살덩이가 섥혔다. 아까보다 더욱 깊게 입을 맞추며 펠리시아의 호흡을 틀어막았다. 아무것도 잡지 않아 놀고 있던 손으로 뒷통수를 잡아주었다. 와중에도 토닥토닥. 혀로 입 안의 살을 내리누르다가, 치열을 따라 장난스럽게 훑어간다. 고작 키스. 감각을 유린하는 것말고는 득이 없는 행위. ......하지만 유린당한 쪽은 마음이었기에 세브는 네게 입술을 댄 채로 말했다.) ...좋아하는 것 같아. (...입 맞추는 거 말이에요, 뒤늦게 덧붙인다.)

세, 세브씨가... 하는대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예쁘다고, 해주는 것 같기는 한데... 그 뒷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눈에 담기는 그의 웃는 얼굴 만큼은 선명했다. 위험한 것 같다는,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 얼굴을 눈에 새기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아. 마치 홀린 것 같았다. 눈에 띄는 외모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원래도 이렇게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던가? 분명 호흡은 진정되었을 터인데도 심장의 고동은 느려질 줄을 몰랐다.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것을 반복할수록 더욱 그러했다. 마법에라도 빠져든 것처럼. ...잠시만, 그럼 이것도 혹시 세브씨의 능력인 건...? 펠리시아의 눈이 흔들렸다.)
아, 아, 알기 쉬운... 변화... 드, 들키는 기분이라니... 그럼 세브씨, 진짜 흥분하고 있는- 읍...! (물어보려던 말은 이어지지 못하고 끊겨버렸다. 곧바로 뜨겁고 말캉한 것은 다시금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의 혀가 깊게 침범한 만큼 입은 더 벌어지게 되어 소리가 더 크게 새어 나왔다. 끈적하게 마찰하며 들리는 타액의 소리든, 숨이 뱉어지다 못해 앗아가져 가빠진 숨소리든, 혹은... 혀 밑이 쓸리거나 여린 살이 눌려질 때마다 흘러나오는 펠리시아의 소리든 말이다. 숨, 막혀...! 세브가 지나가 듯 말했던 숨이 부족하면 등을 때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바들, 떨리는 양팔을 엉거주춤하게 뻗어 세브의 등 뒤를 주먹으로 콩콩 때렸다. 뒷머리에 세브의 손이 얹히자 본래 도망칠 생각이 없었음에도 빠져나갈 길이 막힌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 펠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세브의 손에 힘주어 기대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토닥여주는 세브의 손길에 안정감을 느껴 펠리시아는 그야말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섬칫한 감각에 긴장이 되면서도 익숙한 감각에 긴장이 풀리길 반복한다.)
(입 안을 가득 채웠던 말캉한 것이 빠져나가고 아직 입술은 닿아있는 상태였지만 언제부턴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펠리시아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으며 눈을 꾹 감은 탓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 물기 어려 있었다.) 흐에...?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에 멍청해 보이는 소리를 내었다. 좋아해...? 뭐를...? 세브가 덧붙인 말에 눈을 깜빡인다. 입, 맞춤...? ...! 이거, 이거 진짜 입맞춤이잖아...!! 소설 속에서나 본...!!! 그럼 나, 세, 세, 세브씨랑 키, 키, 키키키키키, 키스한...?!?!? 그런 생각이 들자 부끄러움과 함께 몽롱했던 정신도 퍼뜩 돌아와 그의 어깨를 밀어낸다.) 왜, 왜...! 왜 이런...! 이런, 걸... (무어라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움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흔들리는 눈빛으로 세브를 올려다봤다.)

...-후우. (등을 두드리는 순간과 세브가 욕정에 못 이겨 얼굴을 거둔 순간이 일치했다. 그또한 호흡을 정돈하며 너를 내려다본다. 펠리시아가 다급하게 숨을 고를 때마다 들썩이는 어깨와 함께 가슴이 동시에 흔들려, 시각적 자극이 과했다. 자신이 준 혼란으로만 가득 찬 표정. 세브는 자신이 한껏 쥐고 있는 허벅지를 내려다본다.) ...펠리시아를 보고 흥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도, 실천하는 인간은 잘 없지. ...저도 제가 미쳤다는 자각은 있어요. (허벅지를 쥔 채로 손을 꾸욱 올리자 치마와 함께 잡힌 살이 뭉쳐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치마 안에서 새하얀 허벅지가 붉어져 있을 모습이, 손을 조금만 더 위로 올리면 닿게 될 음란한 곳이. ...눈에 밟히는 전부가 자신을 자극하여 목울대가 떨렸다.) 근데, ...늑대를 강아지 취급한 당신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 (...) 개도 사람은 물잖아요.
(종래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하도록 신음만 질러대게 만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표정을 지어줄 거라 확신이 들었지만, 급히 먹으면 체한다고 생각하며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사랑스러운 존재를 뒤늦게 아껴줄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잖아요. 그리고 당신을 교육할 필요도 있었고요. (단어 선택이 참, 예쁜 문장을 골라줄 여유가 없어 되는대로 뱉었다.) 알아 들었죠? ...잘 모르는 사람을 너무 가까이 하지 말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요. (달래주는 듯 너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에 펠리시아를 번쩍 안아들어 우리 밖에 내려뒀다. 그리고 쇠창살로 된 우리의 문을 느릿하게 닫고 눈을 내리뜨고 바라봤다.) ...돌아가서 쉬어요. 그리고 잘 때, 창문. 잘 잠가두세요. 괴한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요. (더는 설명할 말이 없는지, 평소의 웃는 표정으로 배웅하듯 인사한다.)

(뒤늦게 키스라는 것을 인식한 탓에 부끄러움도 한번에 몰려온다. 팔로 입가를 가려 붉어진 얼굴을 숨긴다.) 바, 바보...! 키스는 사, 사랑하는 사람이랑 해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 것도 아니고! 입맞춤이 좋다고 그렇게 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교육이 필요한 건 제가 아니라 세브씨거든요...!! 애초에 이게 무슨 교육인데요! 입맞춤이랑 경각심이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요...!! (눈을 질끈 감고선 그렇게 말했다. 교육이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은 모양이다.) 으왓-...! (번쩍! 들어올려지자 깜짝 놀라 세브의 어깨를 잡았다. 떨어트릴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천천히 내려지고 거리를 두듯 우리의 문을 스스로 닫고 들어가는 세브의 모습을 지켜봤다. ...마음에 안 들었다. 다가오는 것도, 멀어지는 것도 제멋대로야!) 괴한도 이곳까지는 잘 안 오거든요! 가도 돈 많은 곳으로 가겠죠!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 뿐이고요! (입술을 삐죽 내밀곤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입을 닫아버린 세브를 보고 어차피 갈 생각이었다며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안에 있는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꼭 먹어요. 알겠죠? (대답은 기다리지 않았다.) ...잘자요, 세브씨. (손은 흔들지 않고 그대로 천막을 나섰다. 펠리시아 나름의 냉담해진 태도였다.)





기준치: | 10/5/2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57/28/11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4 ...!? 세, 세브씨랑 똑같은 얼굴...! (너무 놀라 그대로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아, 너무. 많이 돌아다녔어. 힘들...어서, 죄송해요.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기준치: | 35/17/7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30/15/6 |
굴림: | 2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0/25/10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53/26/10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쩔 수 없죠. 저는 악의, 그 자체로 이뤄진 괴물이니까요. (...더럽다고 명명하거든 지하 세계에 가두어 꺼내질 말아라. 밤중의 소리 중 네 숨소리를 크게 들으며 신에게 기도했다. 어둠에 가두어, 숭배하게 만들고. 영원한 고통, 지옥만이 온전함을 깨닫게 하여라. 세브는 살점이 뜯겨나간 다리를 질질 끌어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지금이야 진정됐지만 언제 또 달이 소란스러울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어졌네요. ...원래부터, 있어도 될 운명은 아니었지만요.

(형제를 죽였다, 날 죽이게 된다, 악의, 괴물,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틀려요! (괴로운 침음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 내듯 말했다.) 아니란 말이에요...! (당신이 어떤 오해를 하고 그동안 어떤 고통 속에, 고독 속에, 살아갔을지 상상하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시야가 흐려져갔다. 멀어지려는 세브의 서둘러 손을 잡았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서둘러 그에게 전해야 했다. 세브씨가 가장 보고 싶었을, 가장 듣고 싶었을, 그에 대해.) 오늘, 세브씨와 똑 닮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세브씨에게 전해달랬어요. 형의 잘못이 아니라고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어떻게든 삼켜냈다. 흘리고 싶지 않았다. 정말 그동안 아팠던 건, 세브씨니까.) 저 아무래도... 세브씨의 동생분을 만난 것 같아요.

... ...저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다고요? 하, 기사를 읽고 꿈에서 동생이라도 만났나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착잡하게 잡힌 손을 내려다봤다. 눈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네 손에 떨어진다. 마치 죽음에 달한 너를 보는듯하여 세브는 손에 힘주어 널 단단히 잡았다. 미움받은 일보다 무서운 죽음. 소중한 사람이 또 떠나간다는 두려움에 목이 멨다.) ...꿈에서는 무슨 말을 못하겠나요. 제 잘못이 아니다, 죽어도 괜찮았다. 내가 살았으면 됐다... 그런 말을 하던가요? 참, 살바토르나 당신이나. 지독하게 착하네요. (...) ...그런 식의 위로는 됐어요. 서로 비참해질 뿐이 아니던가요.

아-... (그의 눈에 흐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세브의 눈가에서부터 흐른 투명했던 물이 선혈에 의해 붉게 물들더니 끝에는 붉은 방울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펠리시아가 본 세브의 무수한 상처 중에 가장 아팠을 그의 속에서부터 엉킨 상처였다. 그 상처를 증명하는 듯한 붉은빛의 방울을 보자니 펠리시아의 눈에서도 결국 맺힌 것이 흐르고 말았다. 뚝- 저항 없이 떨어졌다. 그때부터 세브씨를 만났다면, 함께 할 수 있었다면, 그를 고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실을 알 수 있었을까? 지금 해도 어쩔 수 없는 가정에 죄 없는 입술만을 물었다.)
(툭, 손에 그의 상처 방울이 닿았다. 따뜻했던 눈물은 금세 식어갔고 그마저도 흘러 펠리시아의 손가락 끝에 매달리다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믿어줘요! 그냥 하는 위로 같은 게 아니에요. 전 세브씨의 소중한 사람을 대신해서 그분의 생각을 말할 수 없어요...!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요! 내가 감히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세브씨의 소중한 동생분을 흉내 낼 수 있겠어요... (떨려오는 목소리를 겨우 이었다.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분의 말을, 그런 식으로 흘려듣지 말아 주세요. (살바토르라는 이름을 듣고 눈물을 닦으며 진정하려 애썼다. 여기서 내가 세브씨보다 더 슬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는 안된다.) ...그래요, 살바토르. 그런 이름이었어요. (챙겨두었던 은 나이프를 품에서 꺼내 그에게 스펠링이 보이도록 들었다.) 살바토르씨가 흘린 물건이에요. 늑대인간의 약점은 '은'이라고 알려줬어요. 은으로 생긴 상처는 오랫동안 아프고 잘 낫지 않는다고,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전해달라 그랬어요.

...아,니야. 바라는 건, 절실하게 바라건대 당신에게 원하는 건 믿음만이 아니에요.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마음을 정의하지 못해 입술을 깨물었다. 괴물도 믿어주는 선한 너에게 만족과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지, 펠리시아에게서 동정심이 사라진 미래를 짐작하여 두려워해야 하는지. 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심장 부근을 주먹으로 내리치다가 작은 핏덩어리를 뱉었다.) 아닌데...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입술을 한참 동안 달싹이다가 울먹이며 다물었다.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은 거창하고, 사랑해달라는 말은 목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살바토르의 이름이 적힌 나이프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은 나이프를 낚아채듯 가져가서 살핀다.-은에 닿은 피부가 벌겋게 곪아가도 아랑곳하지 않고.-동생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체취가 희미하게 느껴져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왜, 어떻게. ...어떻게 그-, 아이가 살아있나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얼빠진 얼굴로 펠리시아를 바라봤다.) 아,니에요. 분명... 죽었어요. 제가 심장을 뽑아버려서, 비명도 못 지르고 죽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차가운 바닥에서 익사하듯 죽어버렸을 게 분명하다고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세브는 몸을 휘청이며 혼란스러워했다. 침대 옆 협탁에 손을 짚었지만, 중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옆으로 미끄러져서 주저앉는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바닥에 앉아 펠리시아를 바라보는 얼굴이 그 잠깐 사이에 수척해졌다.) 저,도 알아요. 은이 약점이란 건...... 펠,리시아에게 가르쳐주려고 했거든요. 제가, 폭주해버리면 그냥 저를 찌르라고요. 그러면, 사니까. 절 죽이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나이프로 시선을 돌린다.) 그랬,었는데...

(아니라고 하는 말에 안았던 팔을 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라서 그런 것일까. 도저히 생각을 읽을 수 없었던 세브에게서 혼란스러움을 읽었다. 답답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주먹으로 내리치는 세브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제 그만 아프게 해...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한테 원하는 게 있다고요...? (눈가와 입가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피와 눈물로 흐르고 있는 것을 조금이나마 멈춰주고 싶었다.) 세브씨가 바라는 게 무엇일까...-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입꼬리를 힘겹게 올려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세브씨가 떠올릴 때까지, 곁에 있을까요?
(이제, 드디어 당신에게... 사실을 말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백작님에게 정보를 알아내서, 살바토르씨를 만나서. 주저앉은 세브와 눈을 맞추기 위해 펠리시아도 세브의 앞에 수그려앉는다. 너무 놀라서인 걸까 세브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 같다. 자신의 눈을 팔로 대충 비벼 닦아내 어떻게든 눈물을 삼켜냈다. 세브씨를 오랜 고통에서 꺼내는 게 먼저야. 여기서 더 눈물을 흘리면, 그만큼 세브씨가 벗어날 시간이 늦춰지게 돼. 그러니까. 참자, 펠리시아. 끊일 줄 모르는 세브의 눈물을 손으로 계속 부드럽게 쓸었다.) ...아니었던 거예요. 세브씨가 한 게. (메이는 목소리를 풀기 위해 목을 가다듬고, 떨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백작님에게 정보를 들었어요. 늑대인간의 심장을 먹으면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날 수 있대요. 그리고 그 심장을 먹은 사람은 같은 늑대인간이 된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동생분의 심장이 없다고 했었죠? (아무렇게나 떨어진 스크랩북을 흘긋 바라보다가 다시 세브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살바토르씨의 심장은, 살바토르씨가 직접 세브씨에게 먹인 건 아닐까, 해요. 살바토르씨. 처음 봤을 때 분명 엄청 큰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낫고 있는 중이라며 괜찮다고 그랬어요. ...마치 손목이 잘리듯 해도 금방 나으니 아무렇지 않아 하던 세브씨처럼요. ...어쩌면, 본래 늑대인간이었던 건 살바토르씨였고, 세브씨는 살바토르씨의 심장에 늑대인간이 되신 건 아닐까요? (언젠가 세브가 봤던 올곧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 말했다.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흘릴 것 같으면서도 삼켜가며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 빛이 사그라들고 나서야 펠리시아의 말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계속 떨리면서도 자신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고개 숙여서 얼굴을 기대고, 앞으로 이어질 말을 어떻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일지 고민했고 마음을 비운다. 펠리시아, 펠리시아. ...에트르, 유일한 행복. 너의 이름을 힘없이 읊으며 들었다. ...고통에 찬 두 눈을 부릅뜨고 땅에 묻혀있던 가족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한다. 흙 묻은 새하얀 피부, 움직이지 않는 입술, 텅 빈 심장. 언제 썩어버릴지 모를 형제의 시신을 바라보면서 세브는 세상을 저주하고 원망하기에 이르렀다. 동생의 숨을 뺏어서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오래 살면 안 된다고. 뺏을 값만큼을 누리고 치욕스럽게 죽어야 마땅하다며 숨을 쉴 때면 그 아이의 얼굴을 그렸다.) ...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는 한 마디에, 듣지도 않았거늘 숨부터 막혀왔다.)
... ...살바토르가 죽인 사람이 저고, 저를 살리기 위해서 심장을 먹였다는 뜻인가요? 제가, 염치없이 살아가는 괴물이 아니라... (...) 동생이 저를 살린 거라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뺨 위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자, 길게 눈물자국이 피부에 상흔을 남겼다. 세브는 허탈하게 헛웃음을 쳤다. 가슴에서 뛰는 심장을 불행이라 어기며 살아왔거늘 저주의 증표가 아닌 애정, 희망, 가족의 소망이었다는 사실을 알자 박동이 끔찍하게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펠리시아의 눈에 어른거리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며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려던 세브는 도중에 포기하고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저주받은 자는 세상이 지옥이란 상징이다.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악몽은 ‘꿈’이며, 꿈이란. 눈을 뜨는 간단한 행위만으로 깨어지는 때가 있다. ...그렇게 네가 나를 깨웠다. 세브는 고개를 들어 너의 얼굴을 힘없이 주시했다.) 착한 사람들은 이래서 문제예요.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잖아요. 살바토르가 살기를 바랐다면, 당신이. 펠리시아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서 빛을 찾아준 인생이라면... 살아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요. (힘이 쭉 빠져 있는 양팔로 너의 어꺠를 감싸안았다. 눈가에 물기가 가득한 채로 말하는 세브의 몸은 작아보일만큼 네게 깊이 파고 들었다.) 살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마치 범람하는 감정을 털어내고자 발버둥치는 것처럼 끄윽, 하고 울음 소리를 삼켰다.) 이만큼이나 사랑받으면 어떡하라고...-.

(힘없이 자신의 이름을 미처 삼켜지지 못한 말처럼 내뱉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뿐인데, 이리도 애달프게 들린다.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 한편, 에트르라는 한 단어가 들렸다. ...세브씨가 지어준, 나와 어울린다고 했던 그 이름. ...준비가 되면 부른다더니, 전혀 준비 안된 것 같잖아요. 세브씨... 아직 이렇게나, 괴로워하고 있으면서. 기대 오는 얼굴에 저를 거부하지 않고 들어준다는 사실에 내심 안심하면서 천천히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당신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애초부터 세브씨는,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않았던 거예요. 오히려 소중한 분에게 받은 것일 뿐이었어요. 본래 잃어서는 안 되었던 생명을, 돌려받은 것이었어요. 그분이 뭔가 실수하셨다고... 하셨던 것 같으니까요. (눈물이 걷어졌지만 여전히 촉촉한 눈망울이 세브를 바라보았다. 이제라도 진실을 알게 되어 정말, 정말 정말, 다행이지만. 그동안 암흑 같은 오해 속에서 스스로를 얼마나 몰아세웠을지 떠올리면, 아린 통증이 풀어질 줄을 몰랐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파왔다. 그럼 직접 수년을 겪은 당신은, 얼마나 아팠을까. 제 어깨에 기댄 세브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다 쓰다듬었다.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랐다. 그동안의 상처에 조금이라도 아물게 해 줄 약이 되기 만을... 그것만을 바랐다.)
(세브씨의 팔이 감싸오는 것을 느꼈다. 머리를 쓰다듬던 팔을 내려 그대로 나도 그를 안았다. 살포시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그가 속으로 삼켜온 말을 뱉는 걸 들으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는 말에 결국 눈물이 흘러버렸지만 그를 토닥이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어떡하긴요, 그만큼 사랑을 받고...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 세브. 살아가고 싶은 만큼 힘껏,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 살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 또한, 세브씨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니까요. ...이제 겨우 세브씨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하나 찾았네요. 정말 기뻐요.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그를 더 힘주어 안았다. 이번에도 눈물로 젖어들었지만, 아파서가 아니었다. 기쁜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라 안도감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 말아요. 당신은 사랑받기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눈물을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기쁜 마음을 표현하려 환하게 미소 지었다.)


(손바닥에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다. 이전에 느꼈던 섬칫한 감각과는 또 다른 느낌. 이젠 확실히 알았다. 난 그때부터도 그저 싫지 않았던 게 아니라-... 좋아했던 거구나. 펠리시아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저 눈꼬리를 접어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믿을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계속. 미워하지도 않을 거고요. 아, 그래도 저번처럼 자신을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조금 미울지도요. (아하하-) 그래도 그건 바로 뉘우치면 바로 용서해 드릴게요. ...곁에 있을게요. 세브, 당신의 곁에. 응, 아무리 괴롭더라도, 아프더라도. 서로가 위로가 되어 결국은 행복을 찾아가길. (세브의 웃는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여태까지 봤던 미소 중 가장 부드럽고,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이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내가 다 행복해지는 것 같아.) 응... 살아가요. 지금껏 맘 놓고 살지 못한 것까지, 힘을 다해서. 행복해져요, 우리. (뺨이 발그레 달아오르고 세브를 따라 미소지었다. 제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펠리시아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분명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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